[란코프] 애국심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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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유엔은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년마다 한 번씩 발표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유엔 인구 예측의 특징은 새로운 보고서를 내놓을 때마다 세계 인구의 증가 속도를 지난 보고서보다 낮게 예측했다는 것입니다.

유엔은 이번 보고서에 세계 인구는 현재 82억 명으로 앞으로 103억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2080년대 최고조에 달한 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인구학 학자 대부분은 유엔의 인구 보고서가 과장됐다고 평가합니다. 학계는 세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2050년대로 예상하고, 세계 인구는 최대 90억명까지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세계 나라 대부분은 평균 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의 평균수명은 84세까지 올라갔습니다. 따라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입니다. 이 현상은 세계 어디에나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지난해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최고지도자가 나서 낮아지는 출산율에 대해 우려를 표할 정도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혁명 열망과 애국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내놓을만한 주장이 마땅히 없었을 뿐, 진심으로 애국심이 출산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을까요?

대체로 잘 사는 나라에서 여성 1인당 자녀의 숫자는 어렵게 사는 나라보다 적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상식과 달리 사람들은 잘 살수록 자녀를 적게 낳습니다.

이런 분석을 통해 보면 북한은 약간 예외적인 나라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국제기구에 보고한 출산율 지표는 여성 1인당 1.8명입니다. 확실히 과장된 수치로 보입니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북한 출산율을 여성 1인당 1.4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과 1인당 소득이 비슷한 나라의 출산율은 보통 2.5명 수준입니다.

말하자면 북한은 어렵게 사는 나라이지만, 인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여성들도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세계적으로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변수 중 하나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가정 대부분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은 남자보다 여자입니다. 돈을 버는 북한 여성들은 자녀를 키울 시간과 자원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국가에서 지원을 사실상 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산은 부담입니다.

세계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출산율을 상승시킬 방법은 크게 없습니다. 작은 기대라도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물질적 지원입니다. 남자들이 여자와 같이 집안일을 하도록 교육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국심이나 사상 때문에 여성들이 더 많은 자녀를 낳지 않습니다. 이것은 출산율 감소를 멈추는데 성공한 수많은 나라의 사례에서 잘 증명됩니다. 북한 역시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세계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