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현지지도와 시장경제

0:00 / 0:00

지난 7월 초 김정은은 신의주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신의주에 위치한 여러 공장을 방문했고 북한식으로 말하면 현지지도를 했습니다. 김정은은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좋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의 현지지도에서는 갑자기 폭발했습니다. 김정은은 마구간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은 것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고 이 만큼 책임이 없는 일꾼들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번에 보여준 분노에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잘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김정은처럼 공장을 방문하고 시설이 어떤 상황이며 장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국가최고지도자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합리주의적인 경제체제 국가에서는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급정치인들은 현장에서 현지지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30년 전까지 북한보다 어렵게 살았지만 지금 북한에 비해서 너무 잘 사는 중국의 습근평 주석은, 지금 이런저런 공장에 가서 설비들을 놓는 방법이나 생산하는 물건의 색깔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합리주의적인 경제체제에서 일꾼들은 이 문제를 스스로 아무 최고지도자들보다 더 잘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북한 간부들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문제는 간부들이 아니라 북한 경제제도입니다.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시장경제입니다. 이 경제는 자동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합시다. 시장경제에서 귀중한 시설들을 마구간 같은 건물에 놓은 회사 사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멀지 않은 미래에 귀중한 설비들은 망가지고 설비를 구매하기 위해서 투자한 돈은 낭비된 돈이 됩니다.

이 돈은 회사의 돈입니다. 수많은 경우 사장의 개인 돈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 만큼 많은 돈을 낭비한다면 파산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부자였던 사장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공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거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시장경제 일꾼들은, 즉 자본가나 사업가들은 대통령이나 국가주석의 현지지도를 받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설비를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책임입니다. 사상 때문에 생긴 책임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 때문에 생긴 책임입니다.

당연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도 정부는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는 경제발전이나 세금에 관한 법률을 발표하거나 중앙은행을 통해서 은행들의 이익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체신 등을 국가예산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에 국가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사업을 할 수도 있고, 국가 소유인 회사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장경제에서 최고지도자들은 공장을 방문하고 이 공장의 지배인처럼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습니다.

다행히 북한에서도 요즘에 경제구조가 시장 경제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돈주가 경영하는 식당이라면 김정은이든 다른 노동당 간부이든 그 식당의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방침이나 설명이 없어도 식당은 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는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