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북한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였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세워진 두 개의 자칭 독립국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자칭 독립국은 2014년에 러시아의 공작으로 생긴 괴뢰 국가입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러시아는 이 기회를 이용해 친러시아 경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2개 국가를 만들었습니다. 1930년대 초, 일본이 중국에서 만든 만주국 역사와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지난주까지 이들 자칭 독립국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와 시리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들을 인정했기 때문에, 세계 언론까지 분석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북한 국내에선 어떤 상황일까요? 인민들 절대 다수는 이러한 사건이 생긴 것조차 잘 모릅니다. 이유는 북한 관영언론들이 지난 2-3년 동안 해외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로동신문은 해외 소식을 어느 정도 보도했습니다. 대부분은 북한 체제 선전 위주였고, 사실 왜곡도 많았습니다. 특히 중요한 소식을 보도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해외 소식에 대한 보도가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해외 소식 보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남은 보도는 주로 해외의 지진, 화재, 교통사고 특히 신형코로나비루스 이야기 뿐입니다.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최고 지도자의 방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왜 인민들에게 해외 소식을 알려 주지 않기로 했을까요?
북한은 주민들이 외부 생활을 알 수 없게 하려고 수십 년 동안 노력해왔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지만, 이웃 나라들은 거의 다 부자 국가들입니다. 특히 남한은 더 그렇습니다. 남한사람의 평균 소득은 북한 인민의 평균소득보다 25배 이상 많습니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을 어린 시절 때부터 들어온 인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해 불만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백성 대부분이 해외 생활을 제대로 알 수 없을 때만 체제 유지가 가능합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주로 검열과 통제를 받지 않는 정보의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외국 도서에 대한 심한 검열, 라디오 수신기의 주파수를 고정하는 규칙 등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관영언론에서 그냥 해외 소식을 무시하는 게 좋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민들이 해외 소식을 알 수 없게 된다면, 해외에 대해 관심도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일 지도 모릅니다.
김정은 정권이 2020년에 이 결정을 내린 이유는 또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은 경제 구조를 중국식으로 바꾸고 경제성장을 이룰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완충지대로 가치가 높은 북한을 열심히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경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중국에서 필요한 원조가 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개혁과 발전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고 국내 체제 안전 유지를 최고의 목적으로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자들은 백성들이 외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면 해외생활에 대한 관심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로동신문에서 외부 경제, 정치 소식은 다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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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