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남한에서 북한언론 자유롭게 보게 되면 일어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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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국에서 대북정책을 관리하는 기관인 통일부가 중요한 발표를 했는데요. 멀지 않은 미래에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것에 대비해 북한의 언론, 출판 그리고 방송을 남한 국내에서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지금까지 규모가 큰 도서관의 특정한 자료실에 가야 북한 언론이나 출판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정 자료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락을 받기는 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북한자료를 많이 읽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인터네트를 통해서도 로동신문이나 북한 방송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수고롭지만 약간의 복잡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으면 남한 사람 누구든지 도서관을 찾아가서 로동신문이나 김정은의 최신 노작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참 좋은 소식입니다. 남한국민들이 북한 자료를 읽을 때 제한이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결정을 내린 한국 보수 정부는 북한 사상을 매우 싫어합니다. 보수파는 왜 진보 정부도 하지 않았던 북한 언론 개방을 결정했을까요? 제가 볼 때, 보수정부는 북한 언론이 남한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로동신문이나 김정일 로작을 아무 때나 자유롭게 보게 될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보다 더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 사람으로서 1970, 80년대에 소련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시에 소련에서 북한 선전자료가 많이 팔렸는데요. 신문이나 잡지가 팔리는 매점에 조선화보라는 북한 잡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노어 번역판입니다. 노어판 북한 언론을 구독한 소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당시에 북한 대사관은 이 통계를 보고 수정주의 사상에 빠진 소련에서도 수령의 위대성 선전이 잘 팔린다고 당중앙에 보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 소련 사람들이 조선화보를 비롯한 북한 자료를 많이 구독한 이유는 사뭇 다릅니다. 소련사람들은 북한 자료가 너무 웃기기 때문에 일부러 많이 구독하였습니다. 북한 선전일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채, 북한 국가도, 수령들도 큰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련사람들에게 김일성에 대한 지나친 극찬, 자기 나라의 위대성에 대한 지나친 민족주의 선전 모두 매우 이상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소련사람들은 북한을 미친 독재 국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북한 선전언론을 만든 선전일꾼 만큼 소련에서 북한의 위신을 파괴한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북한 국내 언론의 내용과 방식은 1970년대부터 별 변함이 없습니다. 민주국가에서 자란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신문이나 잡지는 매우 기이하게 보입니다. 해외에 많이 가본 서울의 대학생들이 로동신문에서 '진보적 인류가 세계 어디에서나 김일성을 찬양한다'는 주장을 보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세계인 대부분이 북한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을 잘 압니다.

대학생들은 미국 선거,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제일 중요한 국제 사건조차 보도하지 않은 신문을 언론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신문에는 '놈'이나 '새끼' 와 같은 욕설로 가득 차 있어 술에 취한 깡패들의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북한 특유의 글 쓰는 방식 역시 남한 사람들에게 매우 이상해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 언론 개방은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