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세계 유일의 인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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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교수

북한에서 인민반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20~30호 정도의 가족들이 인민반장의 감시를 받으면서 서로 통제, 감시할 뿐만 아니라 마당 청소를 비롯한 위생 활동 및 로동 동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런데 세계 기준으로 보면, 인민반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유일하게 북한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다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사실상 독재국가였기 때문에 주민들을 엄격하게 감시하려 노력했습니다. 국민들은 대부분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때도 무조건 등록해야 했으며, 많은 것들을 등록,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인민반과 같은 것은 소련이나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인민반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시작됐습니다. 1940년 일본 당국자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애국반으로 알려진 주민 감시구조를 만들었는데요. 이 애국반이 바로 인민반의 전신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은 애국반을 이름만 인민반으로 바꾸고 구조는 그대로 남겼습니다. 당시 세계적으로도 일본만큼 식민지의 민중을 철저히 감시하는 국가는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인민반의 역할은 1960년대 말부터 중요해졌습니다. 이 시기부터 북한은 완벽한 감시 국가가 됐습니다. 같은 시기, 조직 생활도 본격화돼 북한 사람들은 국가보위부와 같은 정치경찰 기관뿐 아니라, 일하는 기업체에 속하는 세포에서도, 자신이 사는 동네의 인민반에서도 감시받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이중 감시를 넘어선 삼중, 사중 감시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사회주의 진영 국가에는 인민반은 물론이고 조직 생활도 거의 없었습니다. 소련이든 중국이든 동유럽이든 북한과 조금 비슷한 조직은 공산당과 청년동맹뿐이었습니다. 공산당에 입당하지 않는 사람조차 모두 조직 생활을 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이와 같은 감시 체계가 있다는 것은 북한 체제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에서 공산당 체제가 무너진 이유가 반공산주의 사상의 확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아마 다른 공산권 국가들이 북한만큼 국가를 봉쇄하고 인민을 고립시키고, 조직 생활을 열심히 하고, 인민반과 같은 감시를 했다면 체제를 유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이들 국가의 민중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을 겁니다.

북한에서 체제 유지를 가장 중요한 정치 목적으로 생각하는 북한 집권 계층은 인민반 제도와 조직 생활 제도를 엄격히 운영하려 합니다. 북한 경제가 개선되는 시기에도 당국자들은 감시 체계에 어떤 변화도 원치 않았습니다. 감시체계 그리고 쇄국정책이 체제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조직 생활과 인민반은 북한에 오늘날의 체제가 생존하는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양성원,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