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회담의 길조차 차단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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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의 핵심 문제는 북한의 핵 무력 정책이었습니다. 즉, 북핵 문제를 다루는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다시 한번 선언했으며, 핵 보유 법령을 다시 한번 선포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2012년 헌법에서 핵보유국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의 김정은 연설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북한은 핵 공격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명기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핵무력정책법에 의해서 북한은 자신에 대한 핵 공격 또는 대량살륙무기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국가방위 수단뿐만 아니라 공격수단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과거, 비핵국가를 핵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있는데요. 새 법에서는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핵을 사용, 위협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과거의 약속은 완전히 휴지 조각이 되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새 법에서 비핵국가가 핵보유국과 연합한다면 북한은 그 나라를 핵무기로 위협, 공격할 수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연설을 비롯한 회의 자료를 보면, 보다 더 중요한 특성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를 자신의 목적으로 여기는 국제 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진짜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언은 북한이 핵 관련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과 핵 관련 회담을 할 때, 거의 불가피하게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이든 세계 나라들은 지금도, 수십년 후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과 핵 문제를 토론할 때, 공식적으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공식 주장과 거리가 멀지만 이러한 공식 주장 없이는 북한과 회담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핵확산을 금지하는 국제법은 심한 타격을 받고 다른 나라들도 핵 개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1-2년 내에 핵 개발이 가능한 나라들이 수십 개 있는데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북한과 회담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진짜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핵화라는 단어는 중요한 외교 명분입니다. 이 명분 없이 외교를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고위급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분명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은 핵 문제 관련 회담을 필요로 합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의 해제 없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없고 경제 성장이 없다면 인민들의 생활은 좋아질 수 없습니다.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선 비핵화 회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이 길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