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코로나가 끝나면 탈북자는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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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한에 도착하는 탈북자 숫자가 전례 없이 낮아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는 31명이었고 특히 4월부터 6월까지는 단 2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했을 뿐입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입국자가 10 여명 정도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는 100명 미만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남한에는 탈북자들에게 적응 교육을 실시하는 하나원이라는 시설이 있습니다. 하나원은 남한 전역에 2개가 있는데 지금은 사실상 텅 비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 탈북자보다 직원이 훨씬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는데요. 기본 이유는 신형 코로나비루스의 확산에 따른 북한 당국의 방역 조치와 국경 통제입니다. 지난해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는 229명인데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남한에 도착한 사람들입니다.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의 세계적인 확산 이전에 비행기를 타는 데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지난해 1월 말, 중국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북한은 즉각적으로 국경을 폐쇄했고 3월 초부터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국경에서의 방역 조치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3월 말 이후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하기는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오늘날 탈북자가 급감한 주 원인은 신형 코로나비루스와 방역조치, 북한의 국경 폐쇄 때문이지만 탈북자의 숫자는 이미 10년 전부터 매년 감소해왔습니다. 솔직히 10년 전엔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탈북자 숫자는 매년 증가했고 2010년 즈음에는 거의 한 해 3천 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앞서 하나원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당시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이 더 많이 도착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래서 제 2 하나원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탈북자의 숫자는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형 코로나비루스 확산 직전인 2019년에는 1,047명을 기록해서 10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결국 제 2 하나원은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탈북자가 줄어든 기본 이유는 북중 국경을 사실상 방치했던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국경 경비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신형 코로나비루스가 확산되기 전까지 해마다 1,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신형 코로나비루스 사태가 진정되고 북한에 예방약이 공급된다면 탈북자 숫자는 다시 늘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이 갈수록 요새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의 중국 측 지역에 철조망과 수많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초특급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고 해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기는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와 중국 공안 책임자는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몇 년간 남한에 도착하는 탈북자는 적은 숫자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대량 탈북의 시대는 끝났을 지도 모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에디터:오중석,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