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북한은 화성-17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언론은 미사일 발사 자체보다도, 미사일 발사를 보도하는 관영언론에 등장한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에 주목했습니다. 소녀는 김정은 옆에 계속 있었는데 바로 김정은의 딸인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관영언론은 이 사실을 인정했으며 남한 정보기관은 소녀의 이름이 김주애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 역사를 감안하면 최고지도자의 딸이 아버지와 같이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것은 꽤 예외적인 일입니다. 북한 인민들은 김일성도 김정일도 아들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계자를 제외하면 그들의 이름도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김평일이나 김영일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들은 김일성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자신의 딸을 공개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여름 김정은은 자신의 부인을 공개했으며 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북한 정치문화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고 김정일에게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그들 중 공개석상에 등장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1960년대 말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는 얼마 동안 활발히 공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에 김성애는 지도자의 부인보다는 여맹위원장으로서 활동했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자신의 딸을 소개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김정은의 어린 시절 경험이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는 중학교 때 유럽 스위스에서 유학했습니다. 당시에 김정은은 유럽의 고급 지도자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숨기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직접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김정은이 딸과 같이 화성-17호 발사장으로 간 것은 김정은의 개인적인 결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고지도자의 행동에는 당연히 정치적 의미가 있습니다. 김주애 소녀를 보면, 이 어린이가 나중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고 김정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승자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요. 그 때문에 2008년 여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북한 체제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 경험을 잘 기억하는 김정은은 조기에 세습 준비를 시작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북한은 자칭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인민들도 북한이 절대군주제 국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세습정치는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거의 모든 인민들은 김정은을 대체할 사람은 바로 그의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들보다 딸을 후계자로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남존여비 관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러한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외무상도 여자이며 김정은의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사람도 여자입니다. 여동생 김여정은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북한의 최고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딸이 능력이 더 많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김주애를 후계자로 선정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민들은 아들이 아니라 딸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사전에 준비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화성-17호 발사대에 김주애가 등장한 것은 이 준비작업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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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