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은 왜 인민을 먹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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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북한 연구자들은 올해 북한이 심한 흉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알곡 생산량은 300만 톤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의 알곡 생산량은 보통 500만 톤 수준이었는데, 이때도 평백성들은 배불리 먹을 수 없었습니다. 300만 톤은 1990년대 말 수준, 즉 고난의 행군 시대 수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을 감안하면 기근이 생길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기본 이유는 중국 때문입니다. 지금 중국은 북한을 가치가 높은 완충지대로 보고 있어서 북한 국내에서 정치 위기나 기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말로 올해 심한 흉년이라면, 중국은 공짜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고 아사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인민을 먹여 살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선전일꾼들은 식량난이 생긴 이유가 큰물 및 가뭄이라고 주장합니다만 다른 나라에는 가뭄이나 큰물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북한에만 식량난이 있습니까?

북한 언론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데요. 가끔 해외 보도를 할 때는 세계 어디에나 식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웃기는 거짓말입니다. 선전일꾼들이 이러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세계 어디에나 농업이 어렵다고 알고 있으면 나라의 농업을 죽이는 북한 정치 노선에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인 것입니다.

그러나 선전일꾼들의 거짓말과 달리, 지난 40~50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알곡 생산은 급증했습니다. 세계의 곡식 생산은 1980년에 15억 톤이지만 2017년에 30억 톤까지 늘어났습니다. 2배가 증가한 것입니다. 쌀 생산도 비슷합니다.

제일 좋은 사례는 국가사회주의에서 벗어난 국가들입니다. 중국의 알곡 생산량은 1980년 2억 8,000만 톤에서 2018년 6억 4,000톤까지 올라갔습니다. 보다 흥미로운 사례는 러시아입니다. 1960년대부터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산당 독재가 무너진 후, 러시아는 몇 년 이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식량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러시아도 중국도, 민주국가가 아니지만, 두 나라 모두 농업에서는 식량 생산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을 넘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걸림돌은 바로 협동농장과 같은 주인 없는 농업 구조입니다. 중국은 협동농장과 비슷한 인민공사를 해체했고, 러시아는 북한이 모방했던 농업구조, 즉 소련 시대 콜호스를 해체했습니다. 지금 두 나라 국민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 식량을 수출함으로써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이 협동농장 해체를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협동농장을 해체한다면 자신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특권계층은 별문제 없이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동시에 농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열심히 일해 식량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배를 곯지 않습니다. 협동농장 해체는 특권계층의 권력을 약화하기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