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무너진 북경올림픽 외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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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2월에 중국 북경에서 열릴 동계올림픽경기대회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미국 선수단이 불참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부 대표단이 가지 않을 뿐 선수들은 북경으로 갈 것입니다.

이 행동은 외교적 보이콧 즉 거부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올림픽은 순수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올림픽은 수많은 정치인, 외교관, 사업가들이 모이는 행사이며 국가의 위신 그리고 세계정치와도 관계가 있는 행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은 여러 나라에서 온 고급정치인들과 외교관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국제 외교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는 올림픽은 2018년 남한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입니다. 당시에 북한은 김여정을 사실상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평창에서 북한 대표단은 큰 주목을 받았고 미국, 남한 대표자들과 같은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한반도 상황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따라서 평창의 경험 때문에, 남한 정부는 북경올림픽에 대해 희망이 컸습니다. 남한 정부는 북경올림픽 개회식을 활용해서 종전선언에 서명할 생각도 있었습니다.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가들이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는 외교 문서입니다. 국제법 입장에서 의미가 별로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큽니다.

얼마 전까지 많은 북한 관찰가들은 남한 측이 북경을 종전선언 서명행사가 열릴 장소로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외국과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북한이 중국으로 대표자들을 보낼 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북경은 매우 유력한 종전선언 선포 후보지였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대표단이 이번에 북경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남한 정부의 종전선언 계획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남한 정부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전까지 종전선언을 선포할 계획을 계속 꿈꾸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종전선언은 내년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그 때문에 종전선언에 기대를 많이 가졌던 남한 진보파는 실망감을 느낄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미국 행정부가 정부대표단을 북경에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 즉 거부행위를 결정한 이유는 중국 신장자치구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탄압 때문입니다. 서방 국가들도 지금 같은 이유로 미국을 따라서 북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지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그저 국가이익의 대립뿐만이 아니라 사상과 가치관에서도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미중 대립을 새로운 냉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근거가 있는 주장입니다. 20세기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이 서로 대립했을 시기, 올림픽경기대회 보이콧이 두 번 발생했습니다. 물론 이번 보이콧은 1980년이나 1984년과 많이 다릅니다. 미국 선수단은 예정대로 북경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소련이 공식적으로 무너지고 냉전이 끝난 지 30년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다시 냉전이 시작된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북경올림픽은 신냉전의 상징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