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왜 북한은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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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언론은 당중앙 전원회의에 대해 핵심 내용만 일부 전하고 있습니다. 예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나온 농업 관련 내용을 보면 북한 지도부는 1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성과를 기대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관영언론은 전원회의에서 농업 근로자들의 열의를 높이고 종자혁명, 과학농사, 새땅찾기를 열심히 할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벌써 수십 년째 변함 없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요. 1970년대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고급 간부들도 똑같은 말을 썼습니다. 물론 잘 아시는 것처럼, 이러한 표현들은 어떤 결과도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관영언론이 늘 외국의 나쁜 소식만 열심히 보도하고 있어서, 북한 인민들은 오늘날의 세계 식량 상황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40년 동안 세계의 농업 상황은 전례없이 좋아졌고 기근은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도 사라진 지 20-3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든 역사상 가장 풍족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큰 문제는 기근이 아니라 바로 비만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이 여전히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북한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이 좋다고 해도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마음이 없으면 생산이 늘어날 수 없습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열심히 짓도록 하는 방법은 정치학습과 사상투쟁이 아니라 농민들에게 자기 땅을 주는 것입니다.

중국공산당은 벌써 40년 전에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국은 중국식 협동농장인 인민공사를 해체시키고 농민들에게 소유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물론 말로는 여전히 국가 땅이지만, 농민들은 계속 같은 땅에서 일할 수 있고 수확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 준 지 5년 이내 식량 생산은 30% 늘어나고 중국 인민 누구든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기근이 아니라 비만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비슷하게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 준 윁남에서도 식량 생산은 크게 증산했습니다. 1980년대에 기근까지 겪었던 윁남이지만 지금은 배불리 잘 먹을 뿐만 아니라 세계 쌀 수출 2위 국가로 올라섰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만, 북한 간부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농민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지 않을까요? 권력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 간부들은 농민들이 협동농장을 나와서 자기 땅이 생긴다면 농민들을 감시하기 어려워지고 인민봉기나 혁명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물론 자신의 특권과 권력의 유지를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 간부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세계 역사가 여러 번 보여주듯이 농민들은 자신의 땅에서 열심히 일했고 정치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농민들은 대체로 정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혁명과 사회운동의 온상은 시골 농민들이 아니라 노동자 특히 지식인들입니다. 이번 전원회의 관련 보도를 보면 북한 지도부는 아무 희망조차 없는 농업정책을 여전히 계속할 것 같은데요. 이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