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북한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북한 최고 통치자는 신년사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공동사설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대신에 나온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보도가 비슷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북한 관찰가들은 이 보도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작년 4월에 김정은은 미국이 아무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길에 대한 언급은 12월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외국 관찰가들은 이번에 북한측이 자신들의 약속대로 공세적인 내용을 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보도의 내용에서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관찰가들의 예측과 달리 북한 지도부는 핵실험이나 대륙간 미사일 발사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보고는 김정은이 “세상은 곧 머지 않아 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협은 늘 하는 이야기일 뿐만이 아니라 구체성이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수많은 관찰가들의 예측과 달리 북한은 이번에 핵실험과 대륙간 미사일 발사 중단을 취소한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조건에서 취소할 수 있다는 암시가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선언은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조선중앙TV 리춘히 방송원의 흥분한 특별성명 낭독을 기대하고 있던 세계 관찰가들은 약간 실망이 없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도에는 북한이 겪고 있는 준엄한 난국에 대한 언급이 참 많습니다. 쉽게 말해 보도는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북한 국내 상황에 대해서 우려감이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국내상황의 이유 중 하나를 날씨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기본 이유는 적대세력들의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날씨에 대한 비판은 조금 이상한데, 2019년의 북한 날씨는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보고를 보면, 북한 정책의 기본 목적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회담에 대해서 희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목적은 핵을 포기하지 않지만, 대북제재 취소나 완화를 받을 경우 핵시설을 비롯한 핵 능력 일부를 양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트럼프와 같은 대통령이라면 보통 미국 대통령과 다르게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측의 이 판단은 올바른 판단입니다. 그래도 최근의 외교 움직임도, 미국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측이 희망하는 목적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시작은 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다르게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좋은 소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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