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외국 기자들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새로운 로동당 규약의 전문을 얻는 데 성공했는데요. 당 규약을 보면 매우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당 규약의 내용을 분석할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 뿐입니다. 바로 북한 지도부에서 김정은의 와병 또는 갑작스러운 유고를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개정 당 규약의 핵심은 제26조 그리고 제28조입니다. 제26조는 조선로동당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국가의 공산당에서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위를 설치하는 내용입니다. 로동당의 최고지도자는 총비서입니다. 하지만 총비서 바로 밑에 제1비서라는 직위가 설치되었습니다. 제1비서는 공식적으로, 모든 문제에서 총비서를 대리할 수 있는 직위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직위는 집권하는 공산당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공산당 지도부가 후계자를 지정했을 때에도, 후계자를 위한 특별한 직위를 새로 만드는 대신에, 그냥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비서 직위를 주었을 뿐입니다. 오늘날 북한에서 새로 생긴 제1비서의 직위는, 사실상 미국 부통령과 매우 유사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부통령이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목적은, 대통령이 죽거나 심각한 건강문제가 생긴다면, 즉각적으로 그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개정 당 규약 제28조의 내용도 흥미로운데요. 정치국 상무위원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회의를 사회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김정은이 건강상태나 다른 이유 때문에 정치국 회의를 열지 못할 때에도,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은을 대신해서 북한 최고 통치기관인 정치국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제26조, 제28조가 생긴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갑작스런 부재가 야기할 수 있는 위기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초부터 김정은은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조짐이 많이 보였습니다. 제일 중요한 사건은 지난 2020년 4월 중순에 생겼는데요. 작년 4월 11일 정치국회의에 참가했던 김정은은, 태양절 행사에도 불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으로 꽃다발도 바치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거의 보름정도 지난 5월 초, 김정은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이들 행사는 극소수 고급간부들만 참가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김정은이 인민들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7월이 되어서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5월에도 북한 관영언론은 김정은이 행사에 참가했다는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 갑자기 살이 많이 빠진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은 건강을 위하여 일부러 살까기를 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매우 올바른 선택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계속 나빠지는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살까기는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북한 정권은, 의사들이 김정은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경우에도 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당 규약 개정은 김정은이 허락했기 때문에만 가능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김정은은 용감할 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재자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 또는 와병의 가능성을 생각하기도 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정말 시작된다면, 북한당국의 새로운 준비는 어느 만큼 효과가 있을 지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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