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숙 사망 72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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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김정숙이 사망한 지 72년 되는 날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숙은 백두산 여장군으로 우상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숙에 대한 숭배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김정숙 여장군 이야기도, 행사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원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에서는 김정숙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대신에 김일성의 두번째 부인 김성애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1960년대 말 김성애는 여맹 위원장이었고, 개인숭배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와 김성애에 대한 언급은 북한언론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그 전에 별로 많이 언급되지도 않았던 김정숙에 대한 이야기가 대폭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1970년대 초 김일성은 공산주의 역사에서 전례없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는 자신의 장남 김정일을 후계자로 결정하고, 세습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후계자의 위대성을 선전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김정일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김정숙도 갑자기 우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유격대에서 어렵고 어지러운 일들을 헌신적으로 했던 김정숙은 갑자기 혁명운동의 지도자로 열심히 묘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일한 이유는 김정일의 어머니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이 최고지도자가 된 다음, 김정숙에 대한 숭배와 찬양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봉건사회 어디에서나 재위하는 임금은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훌륭한 인물로 열심히 포장함으로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이후에, 김정숙 숭배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언급 역시 여전히 많긴 하지만, 이 또한 조금씩 적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불가피한 일인데요. 하루의 방송시간은 많아야 몇 시간이고, 신문도 정해진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죽은 전임자들을 예전처럼 많이 선전한다면, 현임 지도자와 그 부인, 그리고 미래의 후계자를 선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습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현임 지도자가 자신의 조상들을 비판할 수도 없으며,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현임 지도자는 조상의 위대성을 강조해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래된 조상들은 잊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 따져보면,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의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은 매우 이상합니다. 간부들은 고용희에 대한 얘기를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평백성들은 거의 모릅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무용가로 활동하다 김정일과 만난 고용희는 원래 재일교포입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조상들은 남한 출신입니다. 지금도 남한에는 고용희의 먼 친척들이 살고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와 세습정치의 논리에 따른다면, 고용희 숭배의 탄생은 시간문제로 생각되지만, 그러나 그마저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즉위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도 고용희 숭배의 시작은 조짐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이와 같은 정치선전 이야기를 할 때, 100여 년 전에 회령에서 태어난 김정숙이라는 개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1990년대 북한에서 북한 역사 연구를 했을 때, 김정숙과 직접 만난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그들 모두 생전의 김정숙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김정숙이 백두산 여장군이 아닌 것은 명백하지만, 헌신적인 여자였던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란코프,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