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볼턴 보좌관 해임과 북미 협상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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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해임됐습니다. 북한은 그의 해임을 매우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볼턴 전 보좌관이 타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존 볼턴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그가 북한과의 타협을 반대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볼턴만큼 외교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는 40여년 동안 외교 업무를 수행해왔고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간부’의 모습과도 다릅니다. 그는 정부를 통해 출세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국에서 돈을 잘 버는 직업 중 하나인 변호사이기 때문입니다.

볼턴은 미국에서도 심한 강경파로 구분됩니다. 그의 논리는 북한 강경파가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국가의 힘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볼턴은 벌써 20여 년 전부터 북한 핵 개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을 성공적으로 개발, 보유한다면 언제든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때문에 볼턴이 주장하는 것은, 유일하게 쓸모 있는 북한과의 타협이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뿐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타협은 전부 의미가 없으며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측은 이 같은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깨달았습니다. 물론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비핵화가 즉각적이지는 않을 것이며 부분적으로 진척되리라고 예상합니다. 볼턴의 입장에서는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가 나빠진 이유가 그저 북한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 정치에 있어 북한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가를 포함하는 대 중근동 정책과 대 러시아 정책 특히 대 동유럽 정책이 대북 정책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견해가 아주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계속 충돌했고 결국 트럼프는 볼턴을 경질했습니다.

미국은 민주 국가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퇴직 직후부터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날카롭

게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 같은 민주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통령은 여전히 대외정책에 대해 영향력이 크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라는 제한과 압박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의 해임 이후 대외정책 노선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실무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양측은 이 같은 타협이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아직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는 북한을 놓고 볼 때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퇴직 이후 북미 타협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북한이 영변을 비롯한 핵시설을 철거하거나 동결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같은 타협은 미국과 남한 내에서도 큰 비판을 받겠지만 북한의 입장에선 기회인 것이 사실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