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매우 이상한 축구시합과 북한의 대남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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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평양에서 카타르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가 열렸습니다. 바로 남북한의 축구 시합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경기였습니다. 수만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한 명도 없었고 선수들만 있었습니다. 생방송도 없었습니다. 남한측은 이 경기 결과에 대해 전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경기는 북한측의 남한, 특히 문재인정부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남한은 계속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이런저런 협력과 공동활동을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와 같은 제안을 완전히 무시할 뿐 아니라 남한을 오히려 욕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많은 외국의 관찰자들은 놀라워합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전임자들에 비해 북한에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찰자들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요즘 태도가 실수라고 주장하지만 제가 볼 땐 실수가 아닙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합리주의적 태도입니다. 감정에 요동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문재인을 비롯한 남한 진보파 지도자들 대부분은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말 협력관계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진보파들은 보수파와 달리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국내 정치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국내 정치에서 문재인행정부는 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그들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성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남한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남한 진보파 행정부는 자신의 사상 때문에도, 자신의 정치이익 때문에도 남북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일까요? 북한은 남한에서 경제지원을 받고 싶어합니다. 개성공단 재개이든 금강산 사업이든 다른 투자나 지원이든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지원만이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때문에 남한은 이러한 지원이나 투자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남한은 국제법과 다를 바 없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문재인행정부는 북한에게 경제적 가치가 없거나 상징성만 있는 행사 혹은 사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운동경기든, 예술축제든, 어떤 학술대회든 이런 상징성

있는 행사를 열심히 제안하고 있습니다. 문재인행정부는 북한과 같이 어떤 축제나 음악회를 할 경우 남한에서 국민들에게 이것이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하고 남북한 관계가 별 문제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아무 이익이 안되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상징적 행사를 많이 한다면 문재인행정부는 국내에서 얻을 이익도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문재인행정부에게 그냥 선물을 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당연히 북한은 선물을 줄 생각이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이 불만과 불안감을 느낄수록 좋습니다. 남한행정부는 남북관계가 잘 안된다면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보다 열심히 유엔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서 노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로 북한의 목적입니다. 이번에 북한은 국제적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축구시합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여당, 즉 진보파들이 그 때문에 아무 정치적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관중이 아예 없는 이상한 축구경기가 열린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