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은 정권을 잡았을 때 국민들에게 누구나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자식들도 능력에 따라 공산사회에서 출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의 역사를 보면 처음엔 진짜 그렇게 되었습니다. 소련이나 중국, 북한 등에서 근로자들의 아들 딸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간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나면 간부가 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이유는간단합니다. 간부가 된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만 특권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평범한 서민들은 간부계층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구소련 농담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대좌의 아들이 중장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 "당연히 될 수 없지!" "왜 그렇지?" "중장이 자기아들이 있지 않으냐?" 라는 농담이 그것입니다.
물론 공산주의 사회건 자본주의 사회건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서 좋은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특권층은 이러한 경향이 있지만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한 이런 특권제도를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민주주의라는 통제가 없기 때문에 마치 옛날 봉건 중세사회의 신분제과 같은 특권 체제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소위 '성분 제도'가 유지돼온 북한에서도 이 같은 특성을 아주 뚜렷이 나타납니다. 성분제도는 북한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가족에 문제가 있으면 출세하기 어려웠지만 북한처럼 성분 제도를 체제화하고 절대화하는 국가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봉건 사회와 아주 비슷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잘 사는 양반들도 있었던 반면 그럭저럭 살아가던 양민들도 있었고, 차별을 받아가며 살던 천민들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간부들을 비롯한 기본계층은 조선시대의 양반들에 해당하고 동요계층은 양민, 또 적대계층은 천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적대계층 의 자손들은 그 이유로만 좋은 대학교에도 못 가고 큰 도시에서 못 살며 제일 나쁜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북한에서 이들 적대계층은 진짜 봉건 사회에서 천민, 노비의 운명인 것입니다. 반대로 간부 가족에서 태어나면 김일성 종합대학과 같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자마자 간부가 되는 길이 열립니다.
북한 당국의 선전 정책으로 외국에 대해서 왜곡된 사실만 아는 북한 사람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도 자기들처럼 성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배경 때문에 사회 활동을 체제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들은 오랜 전에 무너졌습니다. 이런 봉건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이 유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