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일성이 꿈꾸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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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은 북한 최대의 명절, 김일성의 생일입니다. 북한처럼 국가 초대 지도자의 생일을 시끄럽게 기념하는 나라는 오늘날 세계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사실상 북한은 공화국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왕국입니다. 따라서 나라를 세운 인물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김일성은 김씨 왕조의 태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민들은 김일성의 생활에 대해서 열심히 학습하지만 사실 그 내용은 대부분 거짓입니다. 아예 날조된 내용도 많고 혹은 세계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숨기기도 합니다. 또 아주 심하게 과장하거나 미화시켰습니다.

1930년대 초 혁명투쟁을 시작한 김일성은 무엇을 위해서 싸웠을까요?

그는 식민지 시대의 만행, 착취를 보고 나라의 독립을 꿈꿨습니다. 그는 식민지 체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적대감과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고 공산주의 이론에 의한 새 조선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당연히 그는 새 조선이 지상낙원이 될 것이라 믿었고 이 꿈을 위해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렇다면 1930년대 김일성과 그 측근들이 꿈꾸었던 새 조선은 어떤 나라 였을까요? 그들은 당시의 소련을 모방한 나라를 꿈꿨습니다. 국가가 모든 공장, 농장과 상점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나라, 인민들이 누구나 대체로 비슷한 배급을 타고, 거의 공짜로 국가에서 식량을 얻는 나라 말입니다. 정치부문에서 이러한 나라를 움직이는 세력은 공산당이나 로동당과 같은 정당이며 이 정당은 사실상 최고통치자, 즉 수령의 권력 수단입니다.

당시 김일성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은 이와 같은 경제방식을 시장경제, 자본주의보다 우수한 방식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들은 인민들이 사상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자신의 소득은 무시하고 수령에 대한 흠모, 노동당에 대한 열망으로 헌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경제를 과학적으로 계획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달리 어떤 위기 없이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바꿔 말해서 1930-40년대 독립운동을 했던 김일성과 그 측근들은 조국의 땅에서 ‘공산주의 락원’을 건설하길 희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의 결과는 매우 큰 실패였습니다. 물론 1930년대 젊은 혁명가들이 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었겠죠.

지난 80년의 세계 역사가 여러 번 보여 주듯이, 국가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는 언제나 실패로 끝났습니다. 인민들을 동원하며 짧은 기간 동안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지만, 시장경제만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는 없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김일성과 만주무장투쟁 출신 고급간부들은 자신이 사망하는1980-90년대까지 젊을 때 배운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효율성이 매우 낮은 시대착오적 경제체제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시장경제를 채택한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조차, 북한 지도부는 옛날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1990년대 들어와 북한식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장마당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와 같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 중의 하나는, 김일성이라는 최고통치자가 젊었을 때 배웠던 세계관을 현실에 맞게 고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