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핵심 주제는 반도체와 고급 기술에 대한 한미 협력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고급 전자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요. 미국 행정부도 고급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한국의 최신 기술을 미국에 도입하려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놀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 북한 관련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조금 우연히 나왔습니다.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갑자기 질문을 했는데요. 질문의 내용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가” 였습니다. 바이든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안녕하세요…끝” 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 대통령은 지금 북한에 할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 북한과 여러 번의 협상과 회담을 가졌던 미국 행정부는 지금 북한에 관심이 없는 겁니다.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북한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미국은 이 위기와 직접적 관계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국제 석유 가격은 급등했고 식량 가격도 전례없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얼마 전까지 중요하게 생각됐던 북핵 개발 문제는 비교적 작은 문제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대부분은 북한과의 회담에 대해 실망이 큽니다. 국제사회는 북한과 타협할 의향도 있었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이러한 희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열심히 개발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은 야심이 큽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정부보다 힘이 더 큰 의회와 언론도 북한과의 회담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측은 대북 제재를 여전히 유지하면서, 북한 문제를 무시할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북한 외교의 기본 목적은 핵 문제에 대해서 가능한 작은 양보를 하고, 대북 제재 완화를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회담을 할 마음조차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예측할 수 있는 미래를 제재 아래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중국은 북한을 중요한 완충지대로 생각해 북한에 많은 원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1990년대 말과 달리 기근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 하에서 북한의 경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대북 제재 때문에 외국 회사들은 대북 투자를 할 수 없고, 북한과 협력도 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은 물밑에서 북한으로 식량, 비료, 기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공개적으로 대북 제재를 위반할 수 없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한 대북 제재는 국제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처럼 국제법을 파렴치하게 무시하거나 위반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별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북한의 공갈도, 대화 공세도 미국이나 남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회담을 재개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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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