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에 무관심한 남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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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북부지역에서 북한에서 날아온 삐라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한 측이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하자 북한 측은 삐라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남북 관계의 상태를 감안하면 이것은 물론 유감스러운 대립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다루고 싶은 것은 남북간의 위기보다 남한 주민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입니다. 남북한 사이에는 위기들이 오고 가지만 인민의 의견과 세계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남북관계에서 이것은 더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남한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매우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입니다. 남한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 사람 대다수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고 북한이란 나라가 세상에 없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 와 있는 외국 사람들은 남한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을 보면서 놀랍니다. 해외 언론은 북핵이나 남북관계에 대해 비교적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서울을 비롯한 남한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남한에 와서 북한에서 수십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 주민들이 북한에 대해 영국이나 태국보다 더 멀게 생각하는 것을 놀랍게 봅니다.

이러한 무관심의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 남한 사회에서 사상 대립이 심각했기 때문에 좌파 사람들 가운데 북한식 사회주의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 붕괴 및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후에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진보세력도 남북 충돌을 기피하고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의 정치나 사회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남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제 경제와의 관계가 아주 긴밀한 남한에서는 동남아나 북미에서 생긴 경제 변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 경제나 정치에서 생긴 변화는 남한 사람들의 생활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토성이든 화성이든 북한이든 그런 곳의 변화에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민족 감정이 있지만 갈수록 민족감정도 식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 노인들은 늙고 있기 때문에 10년이나 15년 이내 북한을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없어질 것입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공부하기가 옛날보다 쉽습니다. 북한 언론이나 일부 좌익단체에서 남한의 국가보안법을 비판하고 있지만 남한에는 북한을 극좌익 입장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도서나 잡지도 큰 책방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북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보수파의 자료도 있습니다. 문제는 보수파이든 극좌파이든 이러한 자료를 찾아서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실로 남한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