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세금제도 폐지는 실패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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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4월 1일 북한정부는 세금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당시에 이것은 북한선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김일성시대 북한이 이 세상에 전례가 없는 나라, 즉 세금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970년대 북한 경제 정책을 보면 세금제도 폐지는 매우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김일성의 희망은 화폐가 없는 경제, 돈이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경제였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은 이러한 희망이 있었는데 북한만큼 분배를 중심으로 경제를 지향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은 매우 나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국가와 간부들이 모든 것을 경영하고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모든 물질자원을 분배하는 나라는 갈수록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것은 20세기 경제의 교훈 중에 하나입니다. 국가가 시장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 간부들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들을 능가할 경제력이 없습니다. 세금제도는 매우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4년에 북한이 세금을 폐지했을 때 국가가 필요로 하는 돈을 얻는 방법은 직접적으로 기업소의 이익을 국가 소유로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세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금체제의 힘은 개인이나 집단의 노력과 창조력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이든 기업소이든 당연히 서로 경쟁하면서 돈을 가능한 한 많이 벌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이 돈의 일부를 가져갑니다. 인민들과 기업소들은 국가에 바치고 남은 돈으로 사회에서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세금제도가 있으면 개인이든 기업소이든 열심이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일할수록 얻을 게 많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소가 번 돈이 많을수록, 국가가 세금으로 얻는 소득이 많습니다. 도로도 교육도 경제도 모든 부문이 빨리 발전합니다. 반대로, 세금이 없는 김일성식 사회주의는 기업소 지배인이든 개인이든 열심히 일할 이유를 많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공급을 받는 체제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합리주의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간부들은 회사를 잘 경영할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그들은 완성품의 품질이 좋지 않아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은 그냥 계획에 따라, 완성품을 국가에 바치면 그만입니다. 결국 북한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들이 구 소련처럼 무너지거나 중국처럼 사실상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하였습니다.

세금제도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많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나라 대부분은 누진세가 있습니다. 누진세를 쉽게 말씀드리면, 개인이 소득이 높을수록 국가에 바치는 비율이 높습니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 10%, 그럭저럭 사는 사람은 20%, 부자라면 40-50%를 세금으로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결국 부자는 돈을 많이 벌어도, 부자의 주머니에 남는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발전된 자본주의국가 대부분은 빈부격차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세금제도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금제도로 국가가 번 돈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복지를 주는 데 쓰입니다. 결국 세금제도 폐지는 북조선의 선전내용과는 다르게 큰 실수입니다. 그러나 요즘에 보면 북조선도 이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사실상 점차 시장경제를 향해 움직이고 있으며 세금징수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