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을 불쌍하게 보던 소련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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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련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80년대 초 북한에 처음 갔습니다. 그때는 소련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매우 지배적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북한과 소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나요? 물론 그렇습니다. 1945년에 김일성을 북한 지도자로 만든 세력은 소련군대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김일성은 대부분 소련 체제를 따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련과 북한은 비슷한 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련사람들 보기에 1980년대 북한 사회는 웃음거리에 불과했습니다. 소련보다 제한이 많고 탄압이 심한데다 이상한 특성까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당시 소련 사람들은 김일성 개인숭배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북한의 책이나 신문에서 김일성에 대해 극찬한 글을 읽을 때 소련사람들은 많이 웃었습니다. 한 개인을 신보다 더 찬양하고 아무런 결점이 없는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소련사람들에게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북한이 절대 군주제를 도입하고 세습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낙후성, 반동성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도 있었습니다. 소련 사람들은 소련군대가 북한을 도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킨 것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북한 선전기관들은 김일성을 우상화 하는 자료를 러시아어로 만들어 소련에서 발표함으로써 북한이란 국가의 위신과 신용을 파괴했습니다. 이런 일로 해서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김일성이 북한이란 나라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북한 주민의 생활을 더 잘 아는 소련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더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내에서 여행증 없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1970~80년대의 소련사람들도 놀랍게 생각했습니다. 당시 소련은 민주국가가 아니었지만 소련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국내 어디에나 갈 수 있었습니다. 소련에선 장기거주에 대해 통제는 있었지만 단기여행에 대한 통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 하나, 국외정보를 통제하기 위한 북한의 정책에 대해서 소련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북한은 라디오 수신기의 주파수를 고정해 버리는 나라였습니다. 소련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소련사람들은 돈만 내면 국내에서 수신기를 언제나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소련은 권위주의 국가였지만 북한보다 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상당한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1970~80년대에도 소련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갖는 기본 감정은 주로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