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앙급 청사 ‘3대 위인상’ 교체… 김정숙 대신 김정은 초상 걸려

앵커: 북한 평양의 중앙급 청사에 걸려 있던 이른바 ‘3대 위인상’이 교체되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 초상 가운데 김정숙이 빠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상이 걸리고 있다는 건데요, 이를 두고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지은 기자가 전합니다.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숙을 항일투쟁으로 조선을 해방시킨 위인으로, 김정일을 조선을 빛낸 ‘광명성’으로 내세워 온 북한.

그런데 최근 평양의 중앙급 청사에 걸린 ‘3대 위인상’에서 김정숙의 초상이 빠지고 김정은의 초상이 걸리고 있다고 평양의 한 간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청한 이 소식통은 2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중앙급 청사들에 설치된 3대 위인상이 교체되고 있다”며 “김일성과 김정숙 중에서 김정숙을 제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다고 선전하던 조모 대신 김정은의 초상이 걸렸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새 ‘3대 위인상’을 본 일부 간부들의 반응도 전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위인이라 부를 만한 공적을 찾아볼 수 없는 김정은을 위인으로 칭송해야 하는 괴로움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배급제가 있었고 무상교육과 무상치료도 가능했으며 주민 이동도 지금보다 자유로웠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은 그 시절 유지돼 온 체계를 다 없애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주민들 사이에선 ‘공산주의 시대는 이미 김일성 시대에 지나갔다’는 말도 나온다며 일부에서는 ‘일제 시대에도 이렇게 살지 않았다’는 한탄이 나온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김정은 시대 들어 최소한의 생계활동 조건도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우상화 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다만 RFA는 이 내용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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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지방에서도 착착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6일 “최근 강원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원산시에 김정은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김일성 우상화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벽화”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소식통이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것으로 RFA는 해당 내용을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벽화를 두고 “인민을 위해 무엇을 했다고 위인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집을 지어도 인민이 지었고, 현대식 도시를 건설해도 인민이 동원된 것”이라며 “그가 위인으로 선전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80년이 넘는 김씨 일가 통치 중에서도 김정은 시대만큼 심각한 식량난과 열악한 생활환경에 처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사회주의 노선과 조국통일 유훈을 뒤집고도 위인이냐고 반문하며 “사회주의도 팽개치고 주민의 삶도 외면한 채 1인 독재통치에만 매달리는 김정은을 위인으로 받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12월, 중국인들이 신의주에서 김일성(왼쪽)·김정일(가운데) 전 북한 지도자의 벽화를 바라보고 있다.
North Korea portrait 2012년 12월, 중국인들이 신의주에서 김일성(왼쪽)·김정일(가운데) 전 북한 지도자의 벽화를 바라보고 있다. (AFP)

이번 초상화 교체에 대해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의 하나로 분석했습니다.

마키노 교수는 김정숙이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3대 장군’으로 내세워 온 인물이라며, 그 자리에 김정은의 초상을 건 것은 명백한 우상화 작업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우상화가 2024년 봄부터 서둘러 진행돼 왔다며, 2024년 5월에는 노동당 간부학교에 김정은 초상화가 게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교수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김정은을 강조하는 기조를 보여왔다며 이번 조치도 이런 경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하면 우상화 작업이 일단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노 교수: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고 인정받으면 거기서 국내적으로 지지도를 얻어냈다가 판단하고 최종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주석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그런 때가 아니니까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평양의 간부 소식통은 청사 초상 교체를,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원산 벽화 설치를 각각 전했습니다. 두 소식통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상화를 두고 내부 반응이 곱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어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