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오판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0일 세종연구소와 ‘핵비확산 및 핵군축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리더십 네트워크(APLN)’ 등이 공동주최한 ‘동북아시아 핵도미노 대응’ 토론회.
한국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문 이사장은 이른바 ‘한국 핵무장론’과 관련해 국제적인 핵비확산 체제와 동맹인 미국의 반대, 핵무기 보유 이후의 경제 제재 가능성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강한 핵 위협을 느끼고 있고, 그로 인한 확장 억지력이 작동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낼수록 북한이 한국에 대한 미국 측의 핵 방어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오판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과 핵우산을 수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제가 볼 때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과 핵우산을 한국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에 회의를 제기하면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된 계산과 판단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 이사장은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지 않은 핵무장론보다는 한미동맹과 재래식 무장, 핵우산에 기반을 둔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더 노력하는 한편 주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핵 문제가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인 안보 체계와 연관돼 있는 만큼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참여하는 안보 정상회의를 정례화해서 역내 안보 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가운데 핵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 의원들도 한국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적인 방안은 아니라며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의 핵무기 보유 주장이 결국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 한편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만약 한국에 전술핵 배치가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고, 북한 비핵화 노력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같은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그 해결 방안이 한국의 핵무기 보유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북한 내에서도 헌법으로 핵보유국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북한 핵은 이미 군사적인 무기를 넘어 사실상 이념화가 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설령 정권이 바뀌더라도 핵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하 의원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가 모두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차기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향후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어떤 경우에도 한미 연합훈련이 약화돼서는 안 되고, 대북 제재를 섣불리 해제 또는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한국 국민에게 한미 동맹이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양측이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을 가정한 강도 높은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