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종전선언과 북한의 비핵화는 기차의 선로와 같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사령탑을 맡았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한국의 경제사회연구원이 온라인으로 주최한 대담에서 “기차의 선로가 나란히 가듯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 종전선언부터 하는 것은 기차가 탈선하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똑같이 했던 이야기”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추지 못했던 당시에 비해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종전선언은 비핵화, 북한이 핵을 중지하고 없애는 것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과 같이 가야 됩니다. 기차의 선로하고 같은 것입니다. 이 논쟁은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많이 했던 토론입니다. 제가 그때 했던 이야기와 지금 했던 이야기가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사정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은 더 악화됐어요.
송 전 장관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서 저자세로 나오며 국제무대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한국은 어느새 북한의 칼 끝에서 움직이는 나라가 됐다”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을로 자리매김한 한국에 대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누구도 제대로 상대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의) 중재자라는 태도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측면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국제사회에서 지난 5년 한국은 북한의 칼 끝에서 놀아난 나라로 되어 있잖아요. 북한이 갑이고 우리가 을인 관계로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누구도 우리의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는 내가 주인이다 내가 당사자다 이런 것이 아니고 내가 이 문제를 중재해야 되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중재자라는 것은 협상판에서 힘이 없습니다.
송 전 장관은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 우선적인 초점을 두는 상황에서 북한을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소한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차기 한국 정부는 여기에 최우선순위를 놓고 나머지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야당에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미동맹이라는 것은 미국이 세계적으로 갖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양자동맹의 핵심입니다. 우리 국내적으로 힘이 한 배에 실려야 합니다. 미국과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한국에서 여당과 야당, 정부와 야당이 최소한 대외정책 부분에 있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밖에 송 전 장관은 향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전망과 관련해 “바이든 미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처럼 모험을 하는 대신 전통적인 방식으로 외교를 진행”하고 “지금 북한의 입장과 접합될 만한 부분이 없다”며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주한 미국대사가 11개월째 공석인 부분과 관련해 한국 내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내부적인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 문제 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대담의 주최자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이에 동의하며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 업무는 해리스 전 대사가 떠난 이후 11개월째 크리스토퍼 델 코소 부대사가 대사대리로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0일 이 문제와 관련해 “주한 대사의 조기 지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