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회담 이후③] 현지지도 집중 김정은…“제재 국면서 경제개선·내부단속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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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분수령이 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간 입장차로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북핵 협상과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보는 기획보도를 세차례에 걸쳐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대내 행보를 전해드립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상반기 한반도에 대화국면이 조성되면서 북한당국은 국가적 역량을 경제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 사업과 단속, 즉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 일정 때문에 지난 7월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를 관람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기간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일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7월 한달 간 20개 단위를 현지지도 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지난달 10일과 17일에는 지면 수를 기존 6면에서 8면, 12면으로 확대해 현지지도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활발해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북한 당국의 조급함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분석합니다. 김 위원장 자신이 제시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7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올해 3년차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습니다. 2년 반정도가 남았는데 전혀 발전이 없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다급한거죠. 이번 현지지도에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경제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사회주의경제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입장이 천명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2017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 즉 GDP도 전년대비 3.5% 감소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경제적 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8년에도 북한의 경제가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가 올해 본격적인 이행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핵과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협상하면서 대외 위협은 줄이고 이 시간동안 북한 내부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 위원장이 집권 7년차에 들어서면서 큰 위기가 외부로부터 오지 않도록 대외관계를 설정했습니다. 이후 도 단위의 실태를 파악하면서 중앙과 지방을 국가발전 방향에서 어떻게 연계시킬지 구상하는 차원의 현지지도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현지지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을 좀 더 완벽한 권력 장악의 수순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초기 군부를 대상으로 현지지도와 숙청에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치·군사적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평가합니다. 김 위원장의 남은 과제는 경제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전국단위로 자신의 권력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 북한은 인덕정치를 강조합니다. 인덕정치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민생활을 윤택하게하는 겁니다. 북한의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일환에서 김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경제 쪽에 집중하는 단계에 접어든 겁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경제를 회생시킬 마땅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최근 북한경제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북제재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현지지도를 통한 질책과 독려, 대내매체를 통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조치만 취할 수 있을 뿐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며 어려운 상황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대외관계 개선으로 인해 체제가 이완될 가능성도 북한 당국의 고민거리입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를 경제적인 의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박영자 실장은 지난달 김 위원장이 신의주화장품공장 현지지도를 통해 ‘혁명사적 교양실’을 먼저 둘러본 것을 언급하며 “공장지도의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사상 강화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에서는 비사회주의를 뿌리 뽑자는 명목으로 복장과 개인 장사, 한국 문화에 대한 단속을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를 취재하는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인구조사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제 이완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합니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 북한은 앞으로 시장과 같은 자본주의 요소를 확대하고 한국,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화해 경제를 회생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지금부터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 없이 외부 투자를 받아들이고 경제교류를 시작하면 북한 체제도 과거 동유럽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정영태 소장도 “김 위원장이 최대의 적이라고 선전한 미국의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한국과의 관계가 개선될수록 북한 당국의 내부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달 9일 정권수립 70주년도 앞두고 있습니다. 정주년인 만큼 성대한 행사로 치러야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가 완화되지 않았고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클 것으로 관측됩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이해 대남, 대미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치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보유 국가라는 것을 과시하면 현 국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회적으로 선전할 것”이라며 “경제와 관련해서는 미래를 담보로 하는 듣기 좋은 말을 주민들에 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기획보도,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대내 행보를 전해드렸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