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북중접경지역을 가다②]단둥 내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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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에 대한 포괄적 경제제재가 취해진 지 3년을 맞았습니다. 연이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을 맞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정체되면서 대북제재 역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북중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직접 찾아 대북제재의 이행 실태와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의 대응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중국 단둥 내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편을 보내드립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단둥 현지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단둥 조중우의교 인근에서 압록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북중 국기가 함께 새겨진 간판의 식당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가 지면 이 식당 입구에 한복을 차려 입은 북한 여성들이 나와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자유아시아방송 취재진이 찾아간 단둥의 봉선화관, 평양고려불고기 식당, 송도원 식당, 신태양도주점 등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대형 노래주점에서도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북 통일을 목적으로 북한을 연구하는 민간단체, 카스컨설턴시(Korea Analysis & Strategy Consultancy, KAS)는 현재 중국 전역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인력을 3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단둥 취재에 동행한 카스컨설턴시 관계자는 “이들이 한 사람당 100달러 씩만 번다면 북한이 매달 벌어들이는 금액은 300만 달러가 되는 셈”이라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한 북한의 인력 송출을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편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인력 송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8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에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동결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안보리 결의 2375호와 2397호에는 북한 인력에 대한 비자 갱신과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북한 인력이 2019년 내로 귀국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카스컨설턴시 관계자 :중국 전역에 북한 인력이 3만명 정도 있는데 이 자체가 현금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으로 자금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중국에서 (북한) 자금이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실제 단둥에서는 북한 종업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북한 인력이 세관을 통해 단둥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북중 무역 종사자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들어온 북한 인력들은 단체로 줄을 서서 이동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북중 무역 종사자는 북한의 대중 인력 송출은 중국의 민간업체들과 연계돼 이뤄진다고 설명합니다.

북중 무역 종사자 :한국으로 말하면 (중국의) 주식회사 규모의 업체가 (북한 인력을) 초청하는 거에요. 중국 사람이 마중 나가야 북한 사람들이 입국할 수 있습니다. 북한 인력 10명 이상이 단둥에 들어오는 것은 단둥에서 주식회사 정도의 회사가 초청해야 가능합니다. 여기 말로 무역 회사죠.

이들 대부분은 단둥 현지에서 외화벌이를 하기 위해 한달 기한의 ‘도강증’을 받고 넘어 온 인력들입니다. 중국이 북한 인력들에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북한 인력들이 편법으로 중국 내 식당 등에 취업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단둥으로 들어올 때마다 건강검진 등 재취업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달 새롭게 고용된 북한 인력이 단둥 현지 영업장에서 일하는 셈입니다.

북중 밀무역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도강증과 관련해 “현재 북한 노동자, 식당 복무원들은 비자, 즉 사증 없이 여권에 중국 세관의 도장만 찍는 방식으로 나온다”며 “그 도장만 있으면 한달 간 체류할 수 있고 북한 인력은 한달 뒤 돌아갔다가 중국으로 다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둥의 북한 종업원들은 한달에 2000~2500위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종업원들의 실질적인 수익은 700~800위안. 나머지 월급은 모두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합니다. 특히 자신들의 수중에 직접 떨어지는 700~800위안 가운데 일부도 자신을 담당하는 보위원에게 상납해야 합니다.

북중 무역 종사자는 “북한 종업원들이 보위원들을 싫어한다”며 “보위원이 종업원 1인당 200위안 정도를 또 떼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북한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근무지를 이탈해 다른 영업장에서 외화벌이를 하기도 합니다. 비수기를 맞이한 업종의 종업원들이 인력이 필요한 영업장으로 잠시 이동해 근무하는 겁니다. 비수기 업종의 북한 인력들은 원정을 뛰어서라도 북한 당국에 자금을 상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손님들에게 받은 팁, 즉 손님이 종업원에게 정해진 대금 외에 호의로 지불하는 돈도 이들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수금해 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북한 여성 종업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북한 여종업원 :사장님이 한번 불러 주셔야 스트레스를 풀러 나오죠. 거기서 하루 공연 네번 정도 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니까 오전에는 공연이 없고 오후에 (손님이) 조금 온단 말입니다. 우리 불쌍하단 말입니다. 사람 구경도 못해서 사람 보면 좋습니다.

단둥에는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미술가들도 외화벌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만수대창작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북중 미술품 중개인의 사무실에 북한 미술가가 그린 인물 유화가 펼쳐져있다.
북중 미술품 중개인의 사무실에 북한 미술가가 그린 인물 유화가 펼쳐져있다. (RFA 이은규 기자)

단둥의 북중 미술품 중개인에 따르면 이들은 고가의 유화를 그려 중국 현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눅은 작품은 3500위안에서 5000위안 사이에 유통되고 고가의 유화는 1만 위안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이 중개인은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족 사진과 결혼 사진을 유화로 걸어 장식하는 문화가 유행한다”며 “중국 내에 북한의 유명 미술가들이 그린 유화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미술가들은 한 달 간 단둥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여러 장의 유화를 그린 뒤 북한으로 돌아갑니다.

북중 미술품 중개인 :북한 미술가들이 여기 나와서 그림을 그려요. 그림을 갖고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집(작업장)을 크게 잡아 놓는단 말이에요. 그림 그리는데 한달 걸리기도 하고, 그림 하나 그리다가 말리는 시간 기다리면서 또 다른 거 그리면서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작업하기도 해요.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북중 미술품 중개인과 북한 측의 서신에는 북한 측이 중개인에게 북한 미술가들의 숙식을 제공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10여 명이 20여 일 간 숙식하는 조건” 등 구체적인 요청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작품 보관 방법에 대한 안내 내용도 있습니다. 그림을 반드시 펼쳐서 보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서신에는 “공안까지 맡는 조건”이라는 요청도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북소식통은 “공안 때문에 일이 틀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는 얘기”라며 “북한 인력들이 공안에 적발되면 귀국해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당국은 현재 북한 인력에 취업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 최근 도강증으로 취업하는 북한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일종의 여행 비자로 취업하는 것인데 이는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스컨설턴시 측은 북한 당국이 이같은 편법으로 송출한 인력들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중국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스컨설턴시 관계자는 “매달 평양에서 중국으로 파견돼 중국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수금, 관리하는 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자금은 중국 내에서 북한 인력들의 활동비로 사용되기도 하고 필요한 것을 구입해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심층취재, 북중접경지역을 가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로 중국 단둥 내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편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편을 전해드립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