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낮춘 북중 우호조약 연회 “김정은의 고의적 중국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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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고위급 인사가 평양에서 열린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중국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12일 전날 평양 중국대사관에서 북중우호조약 63주년 연회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행사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조중(북중) 친선의원단 위원장인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비롯해 관계 부문 당국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중국대사관이 우호조약 체결을 기념해 개최해온 연회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왔으나, 올해는 참석자급이 낮아진 것입니다.

중국 역시 이날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 연회에 지난해보다 급이 낮은 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을 보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올해를 ‘조중 우호의 해’로 선포했지만, 양국 관계는 오히려 소원해진 모습입니다.

과거 북한, 중국 매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일에 각각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지만, 올해는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는 등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군사협력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은 이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북한 또한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어 양국 관계에 이상 기류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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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분석관은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고위급 인사를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연회에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의 고의적인 무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그의 외교 전략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그는 “중국 고위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외교적, 상징적, 실질적 지원이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정은도 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의 소원해진 관계가 영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김정은이 시진핑과 교류하는 데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스팀슨센터의 이민영 선임연구원도 “이는 확실히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며, 작년 가을부터 보아온 추세와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양국 간 교류가 빈번하지 않다는 것 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것이 양국 관계에 일시적인 걸림돌인지, 아니면 더 깊은 회의주의를 반영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북러 협력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엄 연구원: 중국은 현재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며 중국의 이익을 크게 훼손한다고 느낄 때까지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입니다.

반면 아직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팀슨센터의 윤순 중국 담당 국장은 “북중우호조약 63주년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며 “중국과 북한의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 10월 6일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