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진정한 비핵화’는?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역사적 담판' (사진 합성)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역사적 담판' (사진 합성)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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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예상되는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북한과 한미 간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사국들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성공적인 회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에 나설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핵시설을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과연 미국이 오랫동안 주장했던 비핵화로 이어질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CVID'로 요약됩니다.

말 그대로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점을 재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를 달성하면 북한과 전 세계에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란 북한 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즉 한국에 제공한 미국의 핵우산까지 동시에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Mansfield Foundation)의 프랑크 자누지(Frank Jannuzi) 대표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는 북한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미국으로부터의 핵 공격이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 내 핵무기 뿐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나 군함의 한반도 주변 배치를 금지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에 관련해 언급한 내용들은 매우 모호합니다. 북한은 아마도 미국이 (핵무기 탑재 전투기나 군함을) 배치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이 점이 혼동과 의견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비핵화 조건과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4일 한국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가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차이가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우선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건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미국이 이에 대해 단계적으로 한반도 내 핵우산을 거두는 방식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자누지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1980년대 말 본격적으로 국제사회 문제로 부상한 북핵 문제는1994년 북핵을 동결하고 경수로를 제공하는 내용의 미북 간 제네바 핵합의를 통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북한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시설이 발견되면서 합의가 파기됐습니다.

이후 2003년과 2005년, 2007년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은 핵폐기를 약속했지만 검증 등과 관련한 이견 이후 계속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해 합의는 모두 무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