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는 미국 의회가 1983년에 제정한 민주주의 진흥법에 따라 비영리단체인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 매년 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그동안 이 기금으로 인권단체 등을 지원해왔는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1천100만 달러를 전 세계 북한인권단체에 지원했습니다. 칼 거쉬먼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을 9일 이상민 기자가 화상으로 만나봤습니다.
기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한국과의 모든 통신선을 차단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쉬먼 회장: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이런 전단이 살포됐다고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이런 전단이 살포됐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 훼손에 대한 것일 겁니다. 전단 살포는 보편적 인권인 표현의 자유입니다. 사람들은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이 전단 살포에 북한 측이 이렇게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가 매우 불안정하다(deeply insecure)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 측이 반발하자 대북전단 규제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쉬먼 회장: 매우 유감입니다. 저는 사실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받게 될 대상을 신중히 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풍선에 담아 전단을 살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방식으로라도 외부정보를 알리려는 이 노력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부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전단규제법 등을 통해) 북한에 전단을 보내려는 한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크게 우려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한국 정부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기자: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은 그동안 대북정보 유입에 특별히 많은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거쉬먼 회장: 20여년 전 저희가 북한인권 활동에 기금지원을 하기 시작할 때 북한은 완전히 고립된 국가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외부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했는데, 이는 외부세계와 특별히 한국에 대한 정보가 북한 사회에 유입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은 천국이고 한국은 밀림같은 곳이라며 한국인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완전 거짓말이었죠. 그래서 북한 정권은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해 한국에 비해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를 북한 주민들이 알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이 지원해온 대북정보 유입 활동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거쉬먼 회장: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라디오 등을 통해 외부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휴대전화(손전화)를 갖고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됐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해 더 알게됐습니다. 이런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은 북한이 점진적으로 전체주의 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정상적인 개방사회로 변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남북한 통일로 이어지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북정보 유입 활동 외에 지원하고 있는 북한인권 활동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거쉬먼 회장: 20여년 전 북한 관련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중점을 둔 것은 북한인권 옹호(advocacy)였습니다. 1999년 12월 한국에서 제1회 국제북한인권회의를 개최했는데 당시 제가 북한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연설을 했지만 반응이 차가왔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북한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며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이 한국 등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자행되는 만행 등 인권범죄기록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자: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권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쉬먼 회장: 안보가 인권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끊었을 때 미국 의회가 개입해 그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또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폴란드(뽈스까), 스웨덴(스웨리에) 정부와 접촉해 북한 측과 대화할 때 북한인권문제를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이 중요합니다. 한 예로 1999년 한국에서 열린 제1회 국제북한인권회의에서 러시아에 있던 7명의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는 상황에 있어 이들이 북송되면 처형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그 뒤 이들을 강제 북송하지말라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이들은 강제 북송됐습니다. 그 후 2006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제7회 국제북한인권회의에서 러시아에서 강제 북송된7명의 탈북민 중 한명이 탈북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7명 모두 강제 북송된 후 처형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칼 거쉬먼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이상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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