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월러스 그렉슨(Wallace Gregson)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19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남북 군사합의서가 북한의 장사정포 제거 문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개성 인근에 배치돼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들은 몇분 안에 서울을 쑥대밭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번 남북군사 합의는 이렇게 위협적인 북한의 장사정포 제거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북한 개성 고지에 배치된 14,300여개의 장사정포와 발사대를 북한이 제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이번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북한이 정말 평화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면 서울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옮겨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번 남북군사 합의서는 북한의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는 내용은 없고 한국의 방어 능력만 약화시키는 내용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육군 대령 출신 멕스웰 선임연구원은 남북이 오는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을 한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군이 갖고 있지 않는 항공정찰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 합의로 한미 양국 군이 군사분계선 인근 상공에서 북한군 활동을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이 제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멕스웰 선임연구원: 북한은 항공 정찰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잃을 것이 없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합의로 북한군 동향을 정찰할 수 있는 한미 양국 군의 능력은 약화되었고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북한군의 능력은 강화됐습니다.
그는 남북이 오는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포병부대들이 북한 장사정포 공격에 맞서기 위해 대응사격 훈련을 해야 하는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사격훈련을 하지 못하면 한국 포병부대의 준비 태세가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 멕스웰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환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20일 방북 대국민 보고에서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를 중요한 결실로 꼽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남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간 위협적인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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