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국은 이번 실무 협상에서 북한 비핵화의 첫 단계로 영변 핵시설 뿐 아니라 미국 측이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북한 측에 제시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부터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4일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5일 열릴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습니까?
손턴 전 차관보 대행: 이번 협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 등 본질적인 내용을 협상할 수 있는 첫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의 협상으로 복잡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북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고 후속 협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기자) 미북 양측이 이번 실무협상에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와 다른 '셈법'을 갖고 나올 것이라고 봅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저는 북한이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력을 과장해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지금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되었으니 하노이 회담 때 자신들이 내놓은 제안을 다시 제기하면 미국으로부터 다른 답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제안은 볼턴 전 보좌관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관계자들로부터 거절된 것입니다.
기자)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되었다고 미국의 북핵 협상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렇습니다. 저는 북한 사람들이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이 북핵협상의 미칠 영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자)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VOX)는 미국 측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고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등의 조치를 하면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해 북한이 석탄과 섬유 수출을 3년동안 할 수 있도록 한다는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이런 언론 보도는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만 이것은 지금 미국 측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과 협상하려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고 봅니다. 한 때 미국은 '일괄타결'을 주장했지만 지금은 북핵 문제를 천천히 해결하고 하나가 해결되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북한이 핵실험을 동결하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유예하는 식이죠. 북한의 제한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일부 유엔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기자)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유엔 회원국들이 동의가 필요한 것이라 간단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미국 및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두고 일부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다른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이 단계적 접근을 할 때 첫 단계에서 수용할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손튼 전 차관보 대행: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북한 측에 비밀 고농축우라늄 시설 명단을 제공했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의 핵시설을 먼저 공개하는 '신고(declaration)'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부연 설명을 해주시죠.
손튼 전 차관보 대행: 그동안 미북 핵협상 진행을 어렵게 한 문제 중 하나는 협상 시작 단계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핵시설이 어떤 것인지 공개하는 '신고' 절차였습니다. 사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시설 공개를 매우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 측에 북한 내 비밀 고농축우라늄 시설 명단을 줬고 북한은 이에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북한 측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별도의 신고를 요구하기보다 당시 북한 측에 제시한 우라늄농축 시설과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을 우선 요구할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 지금까지 이상민 기자가 5일 열릴 미북 실무협상에 대한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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