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방부는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은 18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이달 중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한 것이 훈련 취소를 의미하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아니다. 무기한 연기(indefinitely postponed)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 측은 이번 결정이 한미 양국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주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에 대해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 등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에 큰 양보를 한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리처드 롤리스(Richard Lawless) 전 미국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11월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막판에 연기한 것은 사실상 2년 연속 공중훈련을 취소한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요구에 “절망적이고 직접적인 양보”(hand-wringing direct concession)를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이어 “한미동맹에서 이같은 양보를 얻어낸 북한은 이제부터 (한미 양국이) 중요한 군사훈련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됐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여타 도발적 활동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한미 준비태세를 손상시키려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한국 역시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약화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연합훈련 연기 결정은 북한에 사실상 실권을 쥐어주면서 한미동맹에 스스로 상처를 입힌 셈이라는 겁니다.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연합훈련이 또 다시 조정됨으로써 한미 준비태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한국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군사훈련은 한미 간 군사작전 조율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고안됐고 이를 통해 작전계획 및 연합작전능력을 점검하는 만큼, 한미 연합훈련이 추가적으로 연기된다면 이러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정책 철회는 모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넘어서 주한미군 철수와 역내 잠수함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제거, 한미동맹 파기를 포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 올해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한 것이 북한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상호조치(reciprocity)를 이끌어내고 북한의 태도를 바꾸며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오판입니다.
이번 결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대미 협상전략이 성공하고 있고,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에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믿음만 강화시켰다는 겁니다.
또 그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했고, 내달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대규모 동계 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헤리지티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날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연합군사훈련의 일방적인 취소∙축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긍정적인 외교적 반응을 내놓지도 않았고 그들의 군사훈련 또한 축소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또 “나는 북한의 성명에 종종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전을 내고 있는 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과 북한 인권결의안 참여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회해야 비핵화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