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주민들의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는 이른바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김정은 집권 후 단속을 강화하면서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탈북민 대상 심층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19일 '북한 비사회주의 그루빠 인권침해 실태 및 가해 매커니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8월 5일부터 12월 3일까지 전 비사회주의 그루빠, 일명 비사그루빠 재직자와 피해자 등 관련 증언이 가능한 탈북민 3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비사그루빠는 북한 내 공식 당·법·행정 기관 등에서 인원이 차출되어 구성된 비상설 연합 형태의 조직으로서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흐름 속에 주민들을 검열하고 단속하기 위해 조직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면접대상자들은 비사회주의를 밀수∙밀매, 불법녹화물 시청, 마약 복용, 절도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들 중 대부분은 북한 당국에 의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규정된 행위라고 증언했습니다.
또 김정은 시기 최종 탈북한 면접자 29명 중 73.1%는 김정은 집권 이후 비사회주의 검열과 단속이 더욱 강화됐다고 답했습니다.
비사그루빠의 주요 검열∙단속 방법에 대해 전체 면접자의 23.4%는 가택수색을 꼽았습니다. 검열∙단속은 주로 오후 시간대에 이루어졌고 밤 8시 이후에도 가택수색이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사그루빠에 의한 검열∙단속 경험자 16명에게 북한의 인민보안단속법에 명시된 단속 방법과 절차가 준수되는지 질의한 결과 75%는 준수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서보배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 발표회에서 북한에서 가택수색 자체는 절차와 방법을 준수하는 경우 합법이지만 많은 경우 세부 절차와 방법이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탈북민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보배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연구원: 비사그루빠 재직자는 검열 단속 권한이 명시된 검열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검열 단속 시 이를 통해 신분을 고지해야 하나 이는 제대로 준수되지 않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가택수색 시 인민반장이 입회해야 하지만 이러한 부분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이에 더해 검열∙단속 과정에서 심리적 위협, 뇌물 강요, 불법체포, 불법구금, 고문과 폭행 등 다양한 인권침해가 수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 실제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행위를 하는 주민의 비율에 대한 질문에 면접자들은 평균 79%의 주민이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응답자의 78.1%가 생계 유지를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여가와 유흥 활동, 자유에 대한 갈망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탈북한 김은덕 전 북한 검사는 이날 행사에서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주민들이 서로 앙심을 품고 제보를 하는 사례가 많았고 가택수색 시 영장 없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은덕 전 북한 검사 : 습격하려면 가택 영장이라든가 수색 영장 같은 문건이 있어야 되는데 그냥 검사증하고 109 연합지휘부 성원이라는 증명서밖에 없습니다. 들어가서 무작정 보는 겁니다. 벽지까지 몽땅 뜯습니다. 검열을 해서 단서를 잡아야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검사들은 주민 단속과 이를 통한 뇌물로 조직 운영에 필요한 물자 등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체제가 움직이는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웅기 변호사는 비사그루빠의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북한 당국이 북한 내 경제∙사회∙문화적인 변화를 수긍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