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힐 “철저한 준비없이 ‘미북회담’ 성과 기대 못해”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왼쪽)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왼쪽)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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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관련 국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뉴욕 소재 민간단체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22일 ‘북한과 협상의 예술(North Korea and the Art of the Deal)’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협상에 앞서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협상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상단을 꾸리는 일부터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1990년대와 2000년대 미국 측 대표로 북한과 직접 핵협상에 나섰던 인물들입니다.

‘핵무기’를 의제로 하는 미북 협상은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며 입을 연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실제로 일본 등 이웃 국가들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점을 미국 측이 우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변화시키거나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한반도 및 핵 전문가들과 함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또 북한이 과거 협상 당시 핵실험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지만 우라늄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등 속임수를 썼다면서 이번 협상에서는 단순히 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동의(agreement)를 받아내는 데 그쳐선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핵포기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monitoring)하고 검증(verification)하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미북 협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측과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미북 협상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고 결국 어떤 성과를 얻길 원하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최근 갑작스럽게 이뤄진 미국 국가안보 담당 고위 관리들의 교체와 관련해서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토론회가 개최된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한다는 깜작 발표가 나오자 갈루치 전 특사는 ‘나쁜 소식(bad news)’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미북 협상을 이끌어갈지 지켜볼 수 밖엔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 역시 미북 협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는 등 행정부 내 협상 관련 주요 인사들이 교체되면서 미북 정상회담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