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본을 방문해 북핵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오는 19일엔 중국을 전격 방문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8일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나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북한의 동향을 논의했습니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다키자키 국장은 지난 16일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비건 대표로부터 당시 논의한 내용과 미북 간 교섭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응 방침을 협의했습니다.
이어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난 비건 대표는 4박 5일 간의 한일 순방을 마치고 오는 19일 중국 방문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비건 대표의 이번 방중이 북한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할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비건 대표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소통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 당국자가 비건 대표와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20일까지 이틀 간 이어질 비건 대표의 방중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방한 기간 북한과의 판문점 회동이 불발됨에 따라 주변 관련국들과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연말 시한에 쫓기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거리 발사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끌어내려고 고강도의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건 대표가 한국에 와서 전격적으로 판문점 회동을 제안한 것이고, 끝내 성사가 안 되니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고 방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기조강연을 통해 비건 대표의 방중은 북한 동향에 변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비건 대표가 방중 기간 동안 협상 상대인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키우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된 이번 방중을 계기로, 비건 대표가 두 나라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 이탈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일치단결을 거듭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으로선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관련 논의에서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비건 대표의 방중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수차례 ICBM 실험을 암시하면서 이른바 ‘레드 라인’, 즉 한계선을 밟고 있다며 북한이 선을 넘으면 북한 문제를 최대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미국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북한이 비건 대표의 판문점 회동 제의를 거부했지만 비건 대표가 중국에 머물며 대북 협력을 논의하는 모습을 통해 북한에 더 고민할 여지를 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만일 미국이 설정한 한계선을 넘는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행동의 자유를 위한 명분 쌓기를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 반드시 무력으로써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이든 가능하도록 행동반경을 넓히기 위해서 명분을 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는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중 판문점 회동이 불발된 데 대해 앞으로 상황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 : 한국 정부는 단정적으로 예단해서 그 결과에 대해 언급하고 분석을 하기보다는 앞으로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미북 간 대화 재개와 진전을 통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와 관련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지난 16일 방한 기간 중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에 공개적으로 회동을 제안했지만 결국 답을 받지 못한 채 다음 날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