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은 지난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국 방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재개 의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은 뉴욕채널(연락통로) 등을 통해 사전에 북한에 연락해 비건 대표가 한국에 가면 판문점 등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 측이 이를 거절한 데 대해 미국 당국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백악관은 지속되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이 바뀌었나 알고 싶어했을 겁니다. 그래서 비건 대표를 보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대답은 동일했습니다. 대화재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북 간 대화 재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의 이번 방문은 최근 대폭 교체된 한국 정부의 안보 관련 관리들이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어긋나지 않도록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한국 청와대는 지난 3일 한국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에 각각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이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의 대북정책과 다른 입장을 취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건 대표를 한국에 보냈다는 것이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 미국은 이번 방문에서 교체된 한국 안보팀으로부터 미국의 대북정책과 함께 간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향후 한국 선거를 앞두고 지지 기반을 의식해 남북관계를 우선하며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앞서 미국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일 비건 부장관이 이날 일본 측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9일에도 비건 부장관이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 강화와 남북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 미국이 북한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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