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볼턴 보좌관, 미북 정상회담 막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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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대북 초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발탁되자,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5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내정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열지 말라고 조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 :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에 이어 존 볼턴 내정자까지 북한에 매우 강경한 입장, 아주 극단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북한의 발언들에 대한 극히 회의적인 견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겁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아예 열지 않거나, 개최하더라도 이들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에 이용만 당하도록 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비어 연구원은 볼턴 보좌관 내정자와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동결’이나 ‘북한을 실질적인 핵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할 것이고,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가 없는 북한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 : 볼턴 내정자와 폼페이오 내정자 모두 북한의 정권교체 등 군사 행동을 지지해 왔습니다. 강경파인 이들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용인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에 한층 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데니스 핼핀(Dennis Halpin)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볼턴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을 해도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전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핼핀 전 위원은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이 북중 국경 지역에 진입하면 중국은 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잘못된 조언을 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대화를 추진하라고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핼핀 전 전문위원은 이방카 고문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무장관을 만나 외교적 해결이 군사적 행동보다 낫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릴 킴볼 미국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회장도 이른바 대북 ‘예방공격’을 주장하는 볼턴 내정자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과 철회를 이루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와 압박 그리고 외교적 간여 정책에 어긋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참여과학자연대(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박사도 이날 소식지를 통해 볼턴 보좌관 내정은 미국의 안보를 해치는 위험한 조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볼턴 내정자가 오랫동안 대북 대화를 반대하고,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했을 뿐 아니라 그가 2005년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임명됐을 때에는 국제문제에 대한 그의 극단적인 접근법에 우려한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 전직 외교관 100여 명이 반대성명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인권단체 디펜스 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볼턴 내정자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 인권문제를 분명 제기할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숄티 대표 : 볼턴 내정자는 2006년 유엔 주재 미국대사 재직 당시 유엔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는 북한 인권개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억류 미국인 석방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숄티 대표는 그러나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앞서 북한 문제를 통해 중요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어 미북 정상회담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볼턴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중을 알고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메릴 전 실장은 분석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는 볼턴 내정자가 군축 문제에 많은 경험을 가진 노련한 외교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볼턴 내정자가 비핵화 문제에 정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조언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