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방송교류 위해선 북핵문제 먼저 해결돼야”

29일 열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이 주최한 남북 방송교류협력 관련 세미나 모습.
29일 열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이 주최한 남북 방송교류협력 관련 세미나 모습.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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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정부가 북한 방송의 선제적 개방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국과 북한 간 방송분야 교류가 가능하려면 북한 핵 문제 등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한국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이 주최한 남북 방송교류협력 관련 세미나.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행사에서 남북 간 방송 교류를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와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 등이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 (남북 간 방송 교류는) 정치군사적인 요인, 예를 들면 핵 문제,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당장 실행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방송 교류를 남북 간 신뢰구축 과정의 일환으로 보지만 북한은 체제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목표를 달성한 후에야 한국과의 교류협력을 고려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을 통해 북한 주민의 한국 영상물 입수 또는 시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문화 개방 측면에서는 과거 김정일 체제보다도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남북 방송 교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동독과 서독의 통일에 방송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방송 교류 제안은 북한 체제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공용철 프로듀서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방송 교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도자의 연설, 혁명 유적, 열병식 등 관련 영상은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반면 한국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노출되는 장면은 북한 당국이 엄격히 검열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공용철 KBS 프로듀서: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영상들에 한국 시청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무슨 북한 군인들 열병식을 보고 싶겠습니까 김일성, 김정일의 뭘 보고 싶겠습니까. 우리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는데 북한 당국에게 그것은 절대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상물의 가치와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 겁니다.

박철 한국 통일부 교류협력실장은 이날 행사에서 윤석열 한국 정부는 북한 방송에 대한 선제적 개방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한국 방송 개방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바 있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방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선제적 개방은 남북 간 이념 전쟁과 체제 경쟁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남북 양측은 지난 2002년 ‘남북 간 방송 협력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상물 상호 구매, 영상물 공동 제작 등을 추진했지만 지난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과 이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피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방송 협력이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