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혈연이 아닌 남성들이 의형제를 맺고 사적인 모임을 갖는 행위를 반체제 요소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0일 신의주 도시건설사업소노동자 세 명이 각각 지역보위부에 불려가 이틀 간 취조를 받고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도시건설사업소는 각 시, 군마다 자리하고 있는 국영기업으로 종업원은 시, 군 규모에 따라 300~500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식통은 “30대 남성들 3명이 보위부에 불려간 이유는 2년 전 의형제를 맺고 가족의 생일과 명절마다 모여 술을 마시는 등 사적인 모임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들이 가깝게 지내는 것은 공장노동자들도 알고 있었지만 의형제라는 것은 몰랐다”면서 “그런데 최근 보위부 정보원이 이를 파악하고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보위부는 이들을 각각 조사하며 사적인 모임에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따졌고, 세 명 모두 사적 대화 뿐 체제를 비방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말해 풀려났지만, 의형제 모임을 다시 갖지 않겠다는 서류에 지장을 찍고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주 신의주낙원기계공장 종업원모임에서는 살기 어렵다고 끼리끼리 모여 체제를 비난하는 현상을 뿌리 뽑는 계급투쟁이 올 한해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당 간부가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남성들이 모여 의형제를 맺고 비밀조직처럼 몰래 만나는 행위를 반체제 모임의 온상으로 색출하고 법적 칼날로 징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공장노동자들 속에서는 어디서 반체제 사건이 터진 게 아니냐”며 “왜 갑자기 의형제를 거론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의형제와 관련된 인식은 지난 1987년 예술영화촬영소 왕재산창작단이 5부작 예술영화 ‘임꺽정’을 제작하고 조선중앙텔례비죤이 방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영화는 권력의 횡포로 사무친 백성의 원한을 풀어주려고 청석골에서 활약한 ‘임꺽정’을 소재로 다룬 영화인데, 1990년대 국가식량배급이 중단되고 아사자가 발생하자 영화 주제가 ‘나서라 의형제여’가 북한 주민들속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2000년대 중반 임꺽정 영화를 대중매체로 방영하는 것을 중단하고, 영화 주제가도 부르지 못하도록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생활난이 깊어지고 당국에 대한 불만이 깊어질 수록 임꺽정 영화의 주제가‘나서라 의형제여’를 몰래 불러왔는데, 최근 코로나 생활고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이 노래를 몰래 부르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지금 의형제를 비롯한 사적 모임 단속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먹고 살기 힘들어 범죄가 늘어나고, 이에 당국의 통제가 심해지자 민심이반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임꺽정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통제하더니 이제는 의형제의 모임까지 반역으로 몰아세우려 하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