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군 당국이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에 맞춰 해안포 사격 훈련을 실시한 북한에 강력 항의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남북 접경지역 해안포 사격훈련이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인 지난 23일 실시된 것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군이 지난 23일 오전 창린도에서 포성을 포착해 분석 중이었고 이틀 뒤 북한 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실시된 창린도 사격 훈련 내용을 보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 맞서 한국 해병대 연평부대가 자주포로 즉각 대응한 전투로, 당시 한국 해병대원 두 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북한도 역시 수십 명의 인명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해안포 사격 훈련을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이용해 북한 측에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 : 26일 오전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서도 이번 북한 측의 해안포 사격훈련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항의 메시지는 사전에 작성된 항의문과 함께 구두로도 전달됐습니다.
항의문에는 남북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사실이 다시 발생하면 대북 전통문과 통신, 구두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정찰 활동과 이행 실태 확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 군이 지난 23일 사거리 12킬로미터의 76.2밀리미터 해안포를 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 매체가 공개한 현장 사진에서는 대공포도 식별됐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지금까지 이뤄진 미사일, 방사포 시험발사보다 더 직접적인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남북 군사합의 1조 2항이 명시적으로 포 사격을 금지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 훈련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사격훈련이 남북 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 마지막 남은 9·19 군사합의까지 무효화할 수 있다는 위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해안포 발사 사실을 포착한 즉시 북한에 강력히 경고했어야 한다며 유감 표명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이처럼 합의를 어겨가며 도발을 해온 것은 연말 협상 시한 전에 미국이 이른바 ‘셈법’을 바꿔 대화에 응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 해안포 발사는 지난 5월 4일에 시작된 미사일 등 신형무기체계를 이용한 도발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도발입니다. 미국이 만약 북한이 원하는 셈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한반도에 다시 지난 2017년과 같은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에 맞춰 접경지역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한 것은 미북,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내세운 경제건설총력 집중노선을 위해선 미국과 한국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대화의 판 자체를 깨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한국의 도움 없이는 어렵거든요. 대화를 안 하겠다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 관계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의 즉각적인 재가동, 5·24 조치 해제 등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지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인배 안보협력연구원장은 북한이 장기적으로 미북, 남북의 양자대화 구도를 포기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6자대화 구도를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원장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러시아에서 향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을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 북한으로서 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방식이 6자회담입니다. 결론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을 계속 하는 모양새로 시간을 끌 것이고 그러면서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정국까지 이 문제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하지는 않는 선에서 연말까지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무력 도발 등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