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의 영화, 드라마 등을 불순 녹화물 목록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중국의 역사관과 관련한 내부 강연녹음물을 듣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지정한 불순 녹화물 목록에는 남한 노래와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중국 영화와 드라마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5월 말~6월 초 남한 배우 김련자(김연자)의 우리나라(북한) 공연 노래를 비롯한 남한 노래와 영화 등 보지 말아야 할 불순 녹화물 목록이 포치(지시)되었는데 거기에 인디아(인도), 로씨야(러시아) 영상과 함께 중국 텔레비죤연속극과 영화가 수십 편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녹화물의 금지 목록이 나온 것은 처음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그동안 중국 영화, 드라마 등은 남한의 녹화물에 비해 단속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시청 금지 목록에 포함된 중국 영상은 ‘양산백과 축영대’, ‘남자의 매력’, ‘상해에 온 사나이’, ‘무예전’, ‘형사경찰’ 등으로 홍콩 혹은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입니다. 북한에서는 안 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전부터 주민들 사이에 퍼져있던 작품입니다.
소식통은 “한국 영화와 달리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중국 영화와 텔레비죤연속극이 불순 녹화물로 지정된 것에 놀랐다”며 “이제 와서 불순 녹화물이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중국) 국경 세관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얼마 전 각급 당 조직과 사법기관에 주민들이 ‘중국의 역사관’과 관련한 강연 녹음물을 듣거나 유포시키지 못하게 하라는 중앙의 지시문이 내려온 것을 알게 되었다”며 “김정은이 직접 비준한 지시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연녹음물은 강연회에 출연한 강사의 발언을 녹음한 녹음물과 당국이 특별히 녹음편집물로 제작한 강연 녹음물이 있는데 소식통이 언급한 ‘강연 녹음물’이 어느 쪽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지시문의 핵심은 간부들만 접할 수 있는 내적 녹음물 자료가 사회에 돌고 있는데 대해 지적하고 일반 주민이 관련 녹음물을 듣지 않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며칠 전 군당위원회 지도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게 되었다”며 “중국이 조선역사 왜곡을 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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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7일 “중국의 역사관과 관련한 강연녹음물이 일반 주민들에게 유포되지 않도록 할 데 대한 김정은의 비준 지시가 하달됐다”고 밝혔습니다.
크지 않은 기업소의 행정 간부인 이 소식통은 “해당 녹음물이나 강연회를 들은 기억이 없다”며 자신보다 높은 상급 즉 “당 위원회, 인민위원회, 검찰소, 안전부 등 군(郡)급 기관 이상 높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군급 기관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역사관을 폭로하고 이에 대해 각성을 가질 데 대한 내용의 강연회가 몇 년 전에도 진행되었고, 최근에도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강연회에서 설명하는 중국의 역사관은 “고구려를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나라라고 주장하며 조선옷, 김치 같은 우리 문화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우긴다는 것, 특히 김일성의 항일빨치산투쟁 역사를 축소하려 한다”는 것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문 하달로 일반 공장 기업소 지도원급 간부는 물론 적지 않은 주민들이 정확한 내용은 잘 몰라도 중국이 조선(한반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에서 백제나 신라보다 고구려가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만큼 일반 주민들도 중국 동북3성 지역이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이번 지시로 인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