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발언은 대미 협상력 높이려는 시도”

0:00 / 0:00

앵커 :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 지에 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를 중단하고 도발에 나서기 보다는 향후 대미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과거 핵 위기 당시 영변 핵사찰을 주도한 바 있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날 평양 주재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가진 기자회견의 메시지는 과거에도 익히 보아온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앞선 과정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반응을 탐색하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협상 각본(playbook)과 다르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좋다는 것을 강조하며 미국이 부분적 비핵화에 합의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부분적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북한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따라서 추후 다시 문제가 생겼을 때 북한은 지금보다 더 많은 협상의 도구를 갖게 된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 고립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북한은 부분적이고 단계적인(partial and step-by-step approach) 비핵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한편, 6자회담 등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각본(old playbook)대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으로 위협해 아주 초기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이날 최 부상의 발언은 도발 위협이라기 보다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의 강경한 외교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북 모두 지나친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북이 추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이른바 로켓 발사는 긴장만 심화시켜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에 대해 비공개로 소통해야 한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발언이 언뜻 매우 강경한(rigid) 것처럼 보이지만 미북 협상 중단 선언보다는 미국이 먼저 유연성을 보여 달라는 정치적인 입장 표명(more about political posturing)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지난 15개월 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조치(steps commensurate to NK’s moratorium)’로 요구한 것이 축소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맹’에 대한 어떤 조치인지 아니면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추가 양보를 말하는 지는 분명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에 대한 압박 전술(pressure tactic)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 북한이 종국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에 다시 나설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지금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해 미사일 발사장 재건, 최 부상의 위협적 발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 초청이나 김 위원장의 러시아나 중국 방문 등을 추진하고 있거나 고려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 이행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하며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지요.

미국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유일한 탈출구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영변 이외의 신고되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신고하고, 미국은 대북 유류 수출량 제한을 늘리거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관련 제재 완화 혹은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해 양국 간 신뢰구축에 나서야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