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북한과의 핵합의에 나섰던 미국과 한국의 전직 협상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재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이 15일 과거 대북 비핵화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과 한국의 전직 관리들과 함께 '수석 협상대표들의 조언: 북한에 대한 다음 단계'(Chief Negotiators' Advice: Next Steps on North Korea)를 주제로 한 화상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 국내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 대선을 5개월 남겨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지 혹은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지 알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굳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포함한 대화 재개에 나서려 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우리가 북한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는 대선 이후 무엇을 해나갈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또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도발을 위한 좋은 시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우리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나 연안(coast)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핵실험, 혹은 사정거리가 더 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비롯한 모험주의에 좋은 시기라고 결론짓기를 원치 않습니다.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의 행동 양식을 보면, 북한의 비난이 요란할수록 실질적인 군사행동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천 이사장: 북한은 보통 군사 도발에 더 신중합니다. 그 이유는 (도발이) 북한 정권에 심각한 모욕을 불러올 수 있는데, 한국 군대가 북한에 반격할 시 북한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핵무장한 북한을 아무도 못 건드릴 것이라고 선전해왔지만, 북한의 도발로 한국에 사상자가 나와 한국이 상응조치를 한다면 북한의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어 김정은 정권에게 모욕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한, 그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군사도발 위협 성명에 대해, 그의 위협은 이미 사실상 죽어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다는 것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북한은 협박을 통해 한국의 대북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글린 데이비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에 대해 동남아 국가들 뿐만 아니라 핵심국가인 중국 등 국제사회의 결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과정의 근본적인 결점은 미국이 전반적으로 독자적으로 행동했던 점이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의 주변국들을 포함한 더 큰 범위의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단합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2주 동안 북한은 한국 문재인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 등 한미동맹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방위분담금 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 등으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이같은 시험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이 과거보다 약해진 한미동맹의 상태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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