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선별적 핵폐기론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까지 포함한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북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우라늄 농축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등 핵물질 생산시설 등을 포함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11일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함께 참석한 제이슨 밀러 전 트럼프 행정부인수위원회 대변인이 “미국은 현재의 기회를 활용해 어느 정도의 핵탄두와 미사일의 폐기를 추구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이를 지적한 겁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 어떤 핵무기는 폐기하고 어떤 핵무기는 상황을 모니터링한다는 식의 선별적 접근법은 옳지 않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비핵화 시간표를 확정하면 절차나 단계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어 힐 전 차관보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한 번 정도 더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실험장을 포함해 우라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까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현재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실패하면 강경한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군사적인 조치를 단행할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행동, 즉 (대북)사이버 공격이나 다른 종류의 공격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군사 산업 시설을 겨냥할 수도 있고 북한의 공급망을 방해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들의 미래는 아주 절망적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습니다. 과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무산시킨 전례에 비춰볼 때 대북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몇 년 후 핵탄두를 유지하면서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변명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이슨 밀러 전 트럼프 행정부인수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과거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에서 대화를 함께 병행하는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시도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이슨 밀러 전 트럼프 행정부인수위원회 대변인 : 새로운 시각을 갖고 새로운 시험을 할 가치는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외교정책으로만 본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밀러 전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한국과 미국의 차기 정부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만한 정부가 들어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밀러 전 대변인은 “다음 정부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넘어갈 경우 북한 인권과 민주화 문제까지 연결돼 궁극적인 비핵화 해법을 도출하기 어렵게 된다”며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있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