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미북 고위급 회담서 ‘빅딜’ 기대 어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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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주 중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번 협상에서 큰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힐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그 동안 소문만 많았던 미북 고위급 회담에 대한 일정이 잡혔는데요. 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북 간 비핵화와 관련된 어느 정도 큰 그림에 합의가 된 것일까요?

힐 전 차관보 :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남북한 간 더 많은 회담과 관계 진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북한과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야 합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 ·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협상이 성공적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미북이 논의를 이어가는 한 핵 실험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북한과 회담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 핵 실험이 없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자: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 ∙ 미사일 시설 사찰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 정부 입장에서 이것이 미북 회담을 더 진행시킬 충분한 조건이 된다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 미북회담이 시작된 이후 핵신고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나 핵 실험장 폐기에 대한 구체적 일정 등 비핵화 성과를 이루는데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핵시설 두 곳에 대한 사찰로 비핵화에 대한 게임, 다시말해 주고받기식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핵협상이 성공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일단 가능한 것부터 성과를 내려할 것입니다. (They will take what they can.) 미국은 먼저 북한의 핵시설 사찰이라도 관철시킨 후 협상 범위를 넓혀나가는 전략을 생각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핵시설 등의 사찰을 협상 지렛대로 내놓고 분명 미국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바랄텐데요. 이번 논의에서 북한은 무엇을 요구할까요?

힐 전 차관보 : 북한이 원하는 바는 말할 필요도 없이 대북제재 완화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 동안 비핵화 조치 없이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는 절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왔고, 폼페이오 장관도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평화협정(peace treaty)을 원할 수도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의제로 올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평화협정은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결과나 진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 진전(progress)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은 풍계리 핵 실험장 사찰에 대해 큰 진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미북 간 이에 대한 대화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도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크게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미북간 핵 실험장 사찰에 대한 어떠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고,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일정 조율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이번 회담에 북한 측에서는 누가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예상 장소는요?

힐 전 차관보 : 지금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 즉 협상 상대를 주로 맡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소문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방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여정은 국무부와 직접 대화를 할 위치는 아닙니다. 리용호 외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북한 측 대표가 누구일지 추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그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와 논의하는가 보다는 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가 관건입니다. 회담장소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한 차례 만났기 때문에 다른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 뉴욕은 미국에게는 쉽지만 북한에게는 방문이 쉽지 않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 2005년 9.19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부터 미북 고위급 회담 전망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전화 대담에는 김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