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서해바다 인접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상으로 떠내려 온 의류와 물품은 코로나에 전염된 적지물자(적대국의 물품)라며 이를 소지하거나 사용하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는 주민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 국가보위성 산하 증산군 보위부가 지역주민들을 집합시키고 서해바다 기슭에서 적지물자를 주었거나 사용하는 자들을 보면 즉시 신고하라는 주민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회에서 보위당국자는 해상을 통해 떠내려 오는 물품은 남조선에서 우리 내부에 코로나를 퍼뜨려 공화국을 무너뜨리려고 일부러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를 옷이나 물건에 묻혀 바다로 떠내려 보내는 적지물자라고 주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강연자는 이어서 적들의 반공화국책동에 경각성이 무딘 사람들이 서해바다 기슭으로 떠내려 온 옷이나 물건이 희귀하다고 덥석 주워 신고도 하지 않고 몰래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런 물품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코로나비루스를 고의적으로 전파시킨 반역자로 처벌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강연회 참가했던 주민들은 여기는 연선(휴전선)지역도 아니고 북쪽 깊숙한 지역인데 어떻게 남조선에서 떠내려 보내는 적지물자가 서해바다를 통해 여기까지 떠내려 오겠냐며 주민들 간의 감시·신고 체계를 조장하는 강연내용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신도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이번 주 초, 신도군에서도 지역 보위부 간부가 직접 인민반 주민들을 모아놓고 요즘 서해바다에서 떠내려 온 남조선 옷을 입고다니거나 물건을 몰래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즉시 보위부에 신고하라는 강연회를 진행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회에서는 지금 남조선괴뢰들이 국경연선과 서해바다를 통해 현란한 옷과 가방 등에 코로나비루스를 묻혀 우리 영내에 흘려 보내는 수법으로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허물어뜨리고 체제붕괴를 꾀하고 있다면서 적들의 음모를 사전에 적발하여 분쇄해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자의 강연 내용에 주민들은 신도군 일대는 중국과 마주한 지역이어서 혹시 서해바다로 떠내려오는 물건이 있다면 중국에서 떠내려 온 물품으로 보는게 맞지 않냐며 강연 내용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엔 해상무역이 꽉 막혀있고 바다를 오가는 선박들이 없어 바다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해상 쓰레기도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당국이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와 생필품 부족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있지도 않은 남조선의 적지물자를 만들어 동요하는 민심에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속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코로나 유입 경로를 조사한 결과 남북 접경지역인 강원도 이포리에서 코로나가 최초 발생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지난 4월 초, 이포리 주변 야산에서 한 명의 군인(18세)과 유치원생(5세)이 '색다른 물건'을 접촉한 이후 코로나 감염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색다른 물건’은 적지물자를 말합니다. 즉, 이포리에서 적지물자를 주은 군인과 유치원생과 접촉한 사람들이 4월 중순 수도 평양으로 이동하면서 평양을 비롯한 전국 지역에 코로나가 확산되었다면서 분계연선지역과 국경지역들에서 적지물자가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도록 비상지시를 발령한 바 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7일 마스크 2만장, 해열진통제인 아세타민노펜 7만알, 비타민C 3만알 등 코로나 예방및 치료약을 20개의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냈다고 같은 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5일과 28일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에 코로나 치료약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해 지난 13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에서 코로나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가 500여 명 새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측은 이 기간 완쾌된 발열 환자가 690여 명이라며 지난 11일부터 전날까지 나흘째 하루에 새로 발생한 발열 환자 수가 1천 명대 아래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