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한 가운데 향후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한 배경에는 최근 연이어 진행된 대규모 대면 정치행사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김일성 국가주석의 110주년 생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등을 계기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경축 행사 및 열병식을 개최했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초 신의주와 중국 단둥 사이의 화물열차 운행도 재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최근 공개한 대규모 행사 영상 및 사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민들과 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정은 당 총비서는 열병식에 참여했던 수만 명의 청년들을 지난 1일 평양으로 다시 불러 일일이 사진을 함께 촬영했습니다. 이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청년들을 수송하기 위해 대형버스 수십 대가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재개된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 최근 대규모 인원의 이동 등이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인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4월 15일, 4월 25일 등을 계기로 열병식을 대규모로 진행했습니다. 특히 열병식 이후 지방으로 돌아간 참여자들을 다시 평양으로 부르면서 인구 이동이 급속하게 늘어났거든요. 그 영향이 컸다고 보여집니다.
그동안 북한 내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던 북한이 현재 시점에 왜 감염자 발생 사실을 인정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에도 확산이 됐다는 설과 추측이 있었으나 실제 관련 조짐들은 거의 없었고 북한은 코로나 상황에 대해 나름 여러 대응을 해왔다”며 “현재 북한 보도 내용을 그대로 평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역량이 한계에 부딪혀 이번에 오미크론 감염자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방역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며 “현재 코로나 감염 상황을 인정하면 북한으로선 중장기적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청진의과대학 출신인 최정훈 한국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이번에 오미크론 감염 발생을 인정한 것은 북한이 코로나 감염 상황을 그동안 은폐해 왔을 것이란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목적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정훈 한국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 :현재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과도기입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인지한 거죠. 북한 식 방역 정책을 잘 해서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 오미크론 환자가 생겼다, 이거잖습니까. 우리는 환자가 없었지만 이번에 오미크론 같은 치명률이 낮은 게 발병하면 우리는 발표한다, 이겁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1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에서 모든 지역 및 사업, 생산, 생활 단위를 철저히 봉쇄할 것을 주문한 만큼 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도높은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고 수위의 방역체계를 언급한 만큼 기존 조치보다 수위가 높은 이른바 ‘완전봉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김 책임연구위원은 “시장 환경 위축이 우려된다”며 “영농기인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최정훈 연구원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주민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 해결과 내부결속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내 오미크론 확산으로 북한의 핵 실험 등 전략도발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제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미사일 등을 발사하고, 이러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다소 (전략도발의) 일정 조정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발 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