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이르면 이달 중 양국 간 실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 측 협상상대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비건 대표와 비슷한 위치이면서 풍부한 외교경험이 있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켄 고스(Ken Gause)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미북 실무협상 책임자를 기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 소속 인사로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미국의 실무 협상상대로서 적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미북 판문점 회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거 북한의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북한 외무성의 수장으로 미국의 국무장관 격인 리용호 외무상이 향후 미북협상을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외교 경력이나 직급을 고려했을 때 김명길 전 대사가 실무 논의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습니다.
과거 북핵 6자회담에도 참석했고, 유엔대표부 차석대표로서 미국에 거주하면서 대미 외교에 밝다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 : 김명길 전 대사는 미국 사안을 다룬 경험이 있고 이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의 협상상대가 된다면 좋은 결정일 것입니다.
김명길 전 대사는 과거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비건 특별대표의 협상상대였던 김혁철과 같은 계급이라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다만 김명길 전 대사가 실무협상 담당자로 나설 경우 협상 범위와 결정권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직급이 비건 대표보다 높기 때문에 협상상대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대신 최 부상은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전반적인 대미 외교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Mark Tokola) 부소장은 최선희 제1부상이 비건 대표의 협상상대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선희 부상이 리용호 외무상 아래 차관(deputy)급이고, 미국 국무부 전체에서는 아니지만 미북 협상만 놓고 본다면 미북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차관급은 비건 대표라는 설명입니다.
토콜라 부소장 : 만약 기존 정치적 구조를 따른다면 리용호 외무상은 장관급이기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연결됩니다. 최선희 부상과 비건 대표는 미북협상에서 모두 차관급(deputy)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 대미 외교의 주요 실무자인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도 최근 판문점 회동에 동행해 비건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향후 역할이 주목됩니다.
또 2000년 미북 미사일회담에서 북측 대표를 맡고 외무성 군축과장을 지낸 뒤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리동일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도 비건 대표의 새로운 실무 협상 상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