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고위 정보당국자가 북한을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해외 위협 국가들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빌 에바니나(Bill Evanina) 국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러시아, 중국, 이란 이외에 북한도 선거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에바니나 국장: 쿠바,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이라는) 게임에 뛰어든 국가들이 많습니다. (Countries like Cuba, and North Korea, and Saudi Arabia…We have a lot of countries that are playing the game. But they're not rising to the level of the big three.)
에바니나 국장은 지난19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온라인 사이버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등 다른 국가들의 미국 대선 개입의 정도가 러시아, 중국, 이란이라는 3대 해외 선거 개입 국가만큼 큰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거 개입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채, 랜섬웨어와 같은 악성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은 사이버 역량을 미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의 민주적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가짜 정보 유포 공작 등에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미국 선거에 개입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You don't use cyber for disinformation operations to influence any country's democratic elections, certainly not the U.S. election. If indeed North Korea is behaving in this dangerous way, there will be consequences, as there would be consequences for other reported countries trying to influence the U.S. election.)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매튜 하(Mathew Ha)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구글 위협분석그룹은 지난 3월 북한 측이 언론인을 사칭해 기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유포하기도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연구원: 북한의 사이버 정보 작전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나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 보고서에서 북한 해커들이 언론인과 언론기관을 대상으로 특정 기관이나 내부 직원을 표적으로 집중 공격하는 스피어피싱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에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은 정보전에 나설 역량과 의지를 이미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소규모 스피어피싱부터 미국 정부기관이나 하청업체에 대한 대규모 정보탈취 작전을 통해 개인 신상정보를 빼돌리거나 미국 군사와 안보 관련 기밀정보를 탈취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나 중국,이란 등 이른바 3대 위협국보다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에 대한 감시(scrutiny)가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 없이 이를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애틀란틱 카운슬의 제니 전(Jenny Jun) 객원연구원도 대북 정책에 관한 논쟁을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북한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미국 국내 정치의 혼돈스런 상황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사회적연결망 등을 통해 서방세계를 대상으로 선전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그 선전에 관심을 갖고 따르는 사람들(followers)의 수가 많지 않아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오히려 북한이 선거를 이용한 스피어피싱 공격으로 금전적 이득을 추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 가능한 외국 국가로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거론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난 6월 북한이 남북한 간 연락통로를 전면 차단한 데 대해 '실망'했다는 미국 정부의 반응과 관련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대선에 개입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경고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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